술 취해 ‘셀프 신고’…순찰차가 콜택시인가요?

Է:2024-03-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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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금천구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길거리에 주취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A씨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자 주취자의 주머니에서 벨이 울렸다. 술을 마신 시민이 직접 경찰에 전화한 것이다. 주취자는 A씨에게 “술 취해서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횡설수설했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주취자를 순찰차에 태워 집까지 이송했다.

금천구의 다른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최근 “술에 취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40대 남성 두 명이 있었다. 함께 술을 마신 뒤 한 명이 인사불성이 되자 신고자가 경찰을 부른 것이다. B씨는 “경찰에 일을 떠넘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모를 위험 상황을 고려해 주취자를 집까지 데려다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7일 일선 경찰들에 따르면 주취자나 지인이 ‘셀프 신고’를 통해 경찰 순찰차를 마치 ‘콜택시’처럼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경찰은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무조건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경찰은 주취자를 보호해야 한다. 직무집행법 4조에 따르면 경찰은 술에 취해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보호조치를 하게 돼 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특별한 규정이나 세부적인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2022년 서울 도봉구의 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자고 있던 60대 남성을 집 문 앞까지 데려다 줬다. 계단에서 잠든 남성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 2명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혹시 비슷한 사고가 날까 봐 일선 경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주취자를 보호하는 실정이다.

한 파출소 관계자는 “경찰 인력이나 차량은 한정돼 있는데, 주취자 케어에 집중하면 강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무집행법 규정을 세분화해 경찰의 주취자 대응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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