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약속한 동거남에게 흉기로 200회 가까이 찔려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가족이 법정에서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20일 동거녀 살해 혐의를 받는 A씨(28)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피해자의 모친 B씨는 “가장 억울한 건 1심 판결”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B씨는 “1심 판결문에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피고인의 사정만 전부 받아들여졌다”며 “프로파일러 분석은 인용되지 않고 피고인의 진술만 인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구조금이 양형에 참작된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가 저를 배신하고, 국가가 저를 상대로 사기 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진술 내내 눈물을 보인 B씨는 A씨를 향해서도 “네가 죗값 달게 받고 나오면 용서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대로 죗값 받고 나와. 벌 달게 받고 나와”라며 B씨를 거듭 다그쳤다.
곧장 결심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부검 서류를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안타까웠다. 피해자가 이렇게 사망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면서 “징역 25년을 구형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형량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수사 검사의 판단대로 25년형을 내려달라”고 했다. 검사는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로 나뉜다. 수사 검사는 사건을 직접 수사하며, 공판 검사는 수사기록을 토대로 재판에 참여한다.
변호인은 “이 사건 이전에 두 사람 간의 특별한 싸움이나 갈등이 없었다”며 “이웃 간 소음과 결혼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왜 범행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못 하고 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살해 후 자신 역시 숨지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전에 폭력 성향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아울러 A씨가 범행 뒤 스스로 112에 신고한 점을 근거로 자수감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위해 자신의 입장이 담긴 쪽지를 준비해왔으나, 인정신문이 이뤄질 때부터 눈물을 흘린 탓에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못했다. 해당 쪽지는 재판부에 제출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2시59분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 중인 20대 여성을 집에 있던 흉기로 190여회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동거 중이었으며, A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도중 여자친구가 모욕적인 말을 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 A씨는 112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층간소음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1심의 양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기각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 또한 자신은 범행 당시 심신상실 혹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1심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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