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리턴 매치 확정 이후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연 확장에 실패하면서 지지율 정체에 빠졌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우세론이 힘을 잃고 양측 경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 통계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올라온 대선 여론조사 평균값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5%로 동률을 나타냈다.
이코노미스트 분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한 뒤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열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이 시작됐던 지난 1~2월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바이든 대통령과의 격차를 3% 포인트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승리 이후 당내 경선 승리가 확실시되자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3월 들어 헤일리 전 대사 경선 중단, 바이든 대통령 국정 연설, 양당 주자 대선 후보 확정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 이어지는 동안 지지율 평균치는 동률까지 왔다.
다른 여론조사 분석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가 감지됐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601개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3.7%로 트럼프 전 대통령(44.9%)보다 1.2% 포인트 낮았다. 지난 1월(각 43.0%, 45.5%) 격차는 2.5% 포인트였다.
로이터가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39%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8%)을 1% 포인트 역전하기도 했다. 서퍽대가 진행한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0%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38%)을 2% 포인트 앞섰다.
데이비드 팔레올로고스 서퍽대 정치연구센터 소장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본 유권자들이 33%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소폭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유권자들은 경제 회복을 바이든 대통령과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꾸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충성파인 마가(MAGA) 지지층 의존성을 높이면서 외연 확장에 실패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 사퇴 이후 현재까지 그를 접촉하지 않았다”며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던 유권자 표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강력한 반(反) 트럼프계 인사로 꼽히는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올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우리가 4년 동안 다뤄 온 보수적 의제와 상충하는 의제를 추구하고 있다”며 “내가 양심적으로 이번 선거운동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민자들을 지목하며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고 막말했다. 또 “(재선에 성공하면) 우리는 모든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내가 당선되지 못하면 나라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이 발언에 대해 “바이든 정책이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피바다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캠프 제임스 싱어 대변인은 “트럼프는 또 다른 1월 6일(의회폭동)을 원하지만, 미국인은 그의 극단주의와 복수에 대한 갈망을 거부한다”며 “11월 또 다른 패배를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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