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1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우선 올해 안으로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상품 배송기간 단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알리는 소비자 보호와 가품 논란을 막기 위한 투자 계획도 공개했는데, 최근 정부가 해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는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우선 2억 달러(약 2632억원)를 들여 연내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쿠팡 대구첨단물류센터(33만㎡)보다는 작지만 국내 물류센터가 확보되면 알리의 약점으로 꼽혔던 상품 배송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현재 알리의 ‘빠른 배송’ 서비스는 주문 후 7일 이내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품에 따라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익일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1위에 오른 쿠팡은 2014년부터 6조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자체 물류망을 구축했다.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알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투자 계획도 내놨다. 전문 상담사가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하고 해외 직구 상품의 환불 서비스도 개선하는 등 소비자 불만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직구 상품의 경우 결제 완료일로부터 90일 이내엔 별도 증빙 없이 반품·환불을 해준다.
‘가품 논란’에도 대응책을 내놨다. 가품 의심 상품을 걸러내고 국내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 1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알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가품 의심 상품을 취급한 5000개의 셀러를 퇴출하고 182만4810개의 위조 의심 상품을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이커머스 업계는 중국의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알리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알리는 ‘초저가’를 내세우면서도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혜택을 제공해 사업 영역을 급속도로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중장기 투자 내용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유통기업들이 알리의 공세에 버티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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