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통계 등 국가 주요 통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 전 정부 관계자 1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검사장 박재억)은 전 대통령비서실·국토교통부·통계청 관계자 11명을 통계법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토부·통계청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통계 관련 위법행위가 의심되는 22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대전지검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한국부동산원 관계자 등 100여명을 조사하는 한편 대통령기록관 및 국토부 등 관계기관 6곳을 압수수색했다.
조사 결과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 등 7명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산정하는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변동률)’을 125차례에 걸쳐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동산원이 국토부에만 매주 1회 보고하던 변동률을 대통령비서실에도 주3회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시장의 평균적 가격변화를 측정하는 변동률은 부동산 대책을 수립할 때 중요한 판단지표로 쓰인다.
만약 보고받은 변동률이 높을 경우 이들은 부동산원을 압박해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덕분에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조작한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들은 총 125차례에 걸쳐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 변동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동산원 임직원들은 사전보고가 부당하다며 12차례나 중단을 요청했지만, 김상조 전 실장은 국토부 및 부동산원 관계자가 다수 참석한 회의에서 “사전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의 예산이 없어질텐데 괜찮겠냐”라며 이를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동률 조작은 특히 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시행 전후, 총선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집중됐다.
피고인들은 대통령 취임 2주년이었던 2019년 4~6월에 정부 중간평가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7차례에 걸쳐 변동률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9년 12월~2020년 3월까지 28차례, 주요 부동산 대책인 6.17 대책과 7.10 대책을 발표한 2020년에는 26차례에 걸쳐 변동률을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변동률 조작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실거래가와 정부가 발표한 주택가격 상승률 수치는 무려 6배 가까이 벌어졌다. 2017년 11월~2021년 7월 국민들이 직접 정부에 신고한 실거래가격 상승률은 81%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주간 주택가격 상승률은 1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서정식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국민들은 부동산원 변동률로 집값 동향을 파악하는데 조작된 변동률 때문에 시장상황을 오판하게 됐다.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이자 주요 자산인 주택 거래에 심대한 혼란을 끼쳤다”며 “변동률 조사업무를 위해 2017~2021년 투입된 국토부 예산 368억원도 통계조작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막대한 세금을 허비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께 수사요청을 받은 장하성·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서 차장검사는 “엄정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수사를 했다”며 “통계 조작이라는 큰 틀과 관련 없는 분들은 기소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용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김상조 전 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4명도 직권남용·통계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근로자 86만명이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긴 통계청의 보도자료 초안 문구를 삭제한 뒤 ‘통계조사 방식이 달라 전년도와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정보가 포함돼 외부로 반출할 수 없는 통계기초자료를 제출토록 한 혐의(직권남용)로 홍장표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도 기소했다.
서 차장검사는 “이 사건은 국가통계를 정부의 입맛에 맞게 조작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며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사안이다. 중요성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은 만큼 입법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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