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냉동 김밥 열풍’을 일으킨 식료품점 체인 트레이더조(Trader Joe’s)가 이번에는 자사의 2.99달러(약 4000원)짜리 쇼핑용 에코백으로 때아닌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 이 에코백은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 재판매 가격으로 최고 499달러(약 65만원)까지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시간) “올해 최신 ‘잇백(it bag‧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가방)’은 유명 디자이너나 명품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 식료품점 체인 트레이더조의 2.99달러짜리 ‘미니 캔버스 토트백’이 스탠리 텀블러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굿즈(상품)처럼 전국에서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며 “트레이더조의 일부 매장은 고객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트레이더조는 미국 전역에 568개 매장을 둔 식료품 점포 체인이다. 주로 농산물을 유통하는 소매업을 영위한다. 다른 국가의 특색 있는 음식도 판매하는데, 한국산 냉동 김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트레이더조에서 팔린 냉동 김밥은 틱톡‧유튜브를 타고 미국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는 음식도 아닌 자사 에코백이 대란을 몰고 왔다.
트레이더조는 홈페이지에서 ‘미니 캔버스 토트백’을 “노란색, 빨간색, 남색, 짙은 황록색의 네 가지 선명한 색상을 강조한 손잡이를 흰색 가방에 부착했다”며 “면 65%, 폴리에스터 35%의 혼방으로 높이 11인치(28㎝), 너비 6인치(15㎝)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개에서도 판매가는 2.99달러로 적혀 있다.
네 가지 색상 안에 트레이더조의 빨간색 로고만 찍혀 소박한 외형의 이 에코백은 은은하고 편안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놈 코어 룩’(Norm core look) 소비자들의 시야에 포착돼 뜻밖의 인기를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강력한 재판매 시장도 생겼다. 실제로 그 금액을 지불하려는 소비자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베이에서 이 가방은 499달러에 올라왔다”며 “틱톡의 한 이용자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고야드 미니백’ 같은 에너지를 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트레이더조는 자사 에코백의 때아닌 열풍에 호응하고 재판매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급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트레이더조 관계자는 “우리가 이 제품을 어떻게든 홍보하려 들기 전에 전국의 고객들이 먼저 알아봤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레이더조 에코백 열풍에 대해 ‘놈 코어 룩’에 대한 수요와 더불어 “고가 사치품으로 자신의 구매력을 과시하는 행위와 반대로 실용적인 제품에서 특정 지위를 차지하는 ‘문화적 규범 전복’의 희열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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