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현 주호주 대사)의 석연치 않은 출국 과정에 대해 호주 공영 방송이 비중있게 보도했다.
호주 ABC 방송은 12일(현지시간)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내 비리 조사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입국’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이 대사의 ‘도피성 출국 논란’을 상세히 전달했다.
이 방송은 간추린 기사 설명란에서 “이 전 국방부 장관이 국내 부패 조사에도 불구하고 대사 임명을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CIO)는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에 개입했다(tamper with)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ABC 방송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논쟁적(controversial)이라고 지칭했다. 이어 “한국 법무부는 새 외교관으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이 출국할 수 있도록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 4일 주호주 대사로 내정된 이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조치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불러 4시간가량의 약식 조사를 마쳤다. 법무부는 그 이튿날 바로 출국금지를 해제했으며, 이 전 장관은 다시 이틀 만에 호주로 출국했다. 이때 이 전 장관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지 못한 채 ‘사본’만 들고 출국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의문을 낳기도 했다.
ABC 방송은 이 전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호주 출국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에게 대사 직함을 부여해 출국을 도왔다”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ABC 방송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지난 1월 이 대사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를 몰랐다고 주장했고, 이 대사는 법무부에 이를 취소하라고 로비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ABC 방송은 “이번 사태로 한·호주 외교 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호주의) 외교통상부는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부임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호주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호주는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새로 지명된 이 대사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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