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영복(57)이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강도살인 등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계획 혹은 실행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희수)는 11일 강도살인, 강간 등의 혐의를 받는 이영복에 대해 첫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민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이영복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채 차분한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이영복의 변호인이 대신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나 강간 사실은 부인한다”고 답변했다.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대해서도 ‘증거부동의’ 입장을 밝혔다. 이영복도 작은 목소리로 “변호인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영복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 유가족들이 자리했다. 유족은 “돈만 뺏으면 됐지 사람까지 죽여야 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인간쓰레기다, 쓰레기”라며 “사람을 두 명이나 죽여놓고 무슨 변호사를 선임하느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영복은 지난해 12월 30일과 지난 1월 5일 경기 고양시와 양주시 다방에서 홀로 영업 중인 60대 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이영복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피해자들의 신체와 의복에서 이영복과 동일한 유전자형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이영복이 강간을 시도했다 미수에 그쳤다고 보고 강도살인 외에 성폭력 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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