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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PA간호사 고소한다는 말도” 현장은 혼란

입력 : 2024-03-10 17:20/수정 : 2024-03-10 17:34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한형 기자

경기도 소재 한 대학병원은 최근 소속 간호사들에게 한 가지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병동을 축소 운영하는 상황에서, 해당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준 것이다. 공지에는 무급휴가를 떠나거나, 다른 병동의 일손을 돕거나, PA(진료지원) 간호사를 자원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기엔 ‘PA 간호사 지원자가 없으면 사다리 타기로 뽑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병원은 결국 ‘사다리 타기’를 통해 PA 간호사를 선발했다고 한다.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을 막기 위해 ‘PA 간호사 제도화’ 카드를 꺼냈지만 일선에선 여전히 PA 간호사 활용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는 향후 전공의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PA 간호사는 그동안 인력난이 심한 대학병원 등에서 의료진 지시에 따라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 해왔다. 국내에는 최소 5600명 이상의 PA 간호사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의료법상 PA 간호사는 불법이라 엄밀히 따지면 처벌 대상이었다. 이를 합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전공의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달 25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주말 진료를 담당하는 당직의가 진료실로 향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그러나 현장 간호사들은 우려가 적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PA는 간호사와 의사 사이의 직업”이라며 “업무 범위를 최대한 세분화해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제도화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보호 추진에도 부정적 목소리가 나왔다. 건국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끝나고 돌아왔을 때 PA 간호사들에게 업무 개입을 빌미로 고소를 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윤석열정부가 PA 간호사를 보호하는 내용의 간호법 제정은 반대하더니 이제 와서 PA 간호사가 필요해진 것이냐”고 비판했다.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도 PA 간호사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모친이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보호자 연모(30)씨도 “의사와 간호사가 배워온 영역이 분명 다르다”며 “PA 간호사가 모친에게 필요한 의료 기술을 배우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 보호자로서는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다”고 했다.

긍정적 반응도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속 간호사 C씨는 “PA 간호사가 처방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PA 간호사들은 오히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한다. 법의 보호를 받을 수만 있다면 의료 현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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