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드러내면서 미국 이스라엘 관계의 균열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미국 의회에서 국정 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클 베넷 민주당 상원의원 등과 대화하던 도중 네타냐후 총리를 언급했다.
베넷 의원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우려를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곳에) 전하지 말라”며 “네타냐후에게 당신과 나는 ‘예수 앞으로 나아가는 만남’(come to Jesus meeting)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서구에서 예수 앞으로 나아가는 만남은 전향, 진실을 깨닫는 순간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기독교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처럼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고,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말한 직후 근처 보좌관이 마이크가 아직 켜져 있다고 알리자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말했다”며 “좋아요. 좋습니다”고 했다.
외신은 이 발언을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전쟁 관련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 변화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데 따른 좌절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을 선제공격한 하마스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 압박에 노출돼 있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국정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군에 지원을 위한 임시 항구를 가자지구 해안에 건설하라고 지시한 점을 거론하면서 “이를 통해 매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의 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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