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댓글이 아닌 일부 내용만을 문제 삼아 비방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후 누리꾼을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잘못됐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소원심판 청구 소송에서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고 8일 밝혔다.
2016년 8월 전직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B씨는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러시아 코치들의 도움으로 실력에 비해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A씨는 이 같은 비판이 있던 상황에서 인터넷 기사에 “자 비네르 사단의 성적 조작의 수혜자가 A라고 치자…”로 시작하는 댓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당시 A씨 글의 전체 논지는 성적 조작이 아니라 선수를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B씨는 A씨 댓글을 포함해 모두 364건의 댓글을 허위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은 해당 선수의 팬이라며 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단 것일뿐 비방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댓글 일부가 아닌 전문을 보고 판단해달라며 이의신청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2023년 청구인에게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위반(명예훼손)을 근거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 다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댓글 전문을 증거로 제출해 헌재에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댓글의 일부 내용만을 보고 비방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이는 검찰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로 개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해당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어 “댓글을 단 기사는 올림픽 종료 후 대표선수들의 귀국 기자회견 내용으로, 당시 댓글을 통해 B씨에 대한 응원과 비판이 논쟁적으로 이루어지던 상황이었다”며 “A씨는 댓글을 통해 B씨를 응원하는 맥락에서 일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명예훼손죄 범죄구성요건 성립은 해당 뉴스기사의 내용, 해당 댓글이 기재될 당시 관련 댓글들 상황, 해당 댓글의 전문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된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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