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심모(31)씨는 지난 주말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식당을 예약하려다 예약금에 깜짝 놀랐다. 1인당 2만원으로, 이곳의 식사메뉴 가격에 맞먹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약일 3일 전부터는 환불도 불가능했다. 심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일행이 코로나에 걸려도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식당이 있었다”며 “불가피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과도한 예약금을 받고 환불도 해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음식점들의 예약금이 날로 과도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예약금은 식당들이 ‘노쇼(예약일에 방문하지 않는 것)’를 막으려고 받는 것인데, 도가 지나쳐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마련해둔 예약금 권고 기준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6일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 ‘캐치테이블’을 살펴본 결과 대다수의 식당들이 당일 예약 취소시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었다. 2일 전 취소시 100%, 1일 전 취소시 50%를 환불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인 예약 금액은 2만~3만원선이었다. 1인 식사 가격의 80%에 가까운 수준이다.
고가의 오마카세·파인다이닝 식당은 예약금이 1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심지어 한 유명 오마카세 식당의 1인 예약금은 점심이 15만원, 저녁이 27만원에 달했다. 이 식당의 코스 메뉴 가격과 동일한 금액이다. 예약 3일 전부턴 예약금을 일절 돌려주지 않는다.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아 기존의 예약이 취소돼도 다른 손님을 받는 게 어렵지 않은 곳이다.
재료비를 보전하기 위해서라기엔 과도한 정책이라는 평가다. 파인다이닝은 원가율이 높은 업종이지만 재료비가 음식값의 40% 정도면 업계에서도 높은 축에 속한다. 오마카세 식당은 일반적으로 당일 아침 장을 본다. 전강식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예약금은 노쇼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그 취지가 흐려질 정도로 과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약금 문화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마련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외식업의 예약보증금이 총 이용금액의 1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예약 시간으로부터 1시간 전에만 취소하면 식당은 손님에게 예약금을 다시 돌려주도록 한다.
식당 예약 플랫폼들이 사업자 측에 공정위의 권고 기준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캐치테이블·네이버 등은 예약보증금과 환불 정책을 업주가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들은 “업주들이 참고하도록 공정위의 권고사항을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고지돼 이같은 기준이 존재하는 것조차 모르는 업주가 많다.
다만 공정위의 기준이 현실화할 필요는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식당들의 노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18년 예약금 문화 ‘도입’에 의의를 두고 만들어져, 현실적인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의 기준대로 식당을 운영하면 노쇼로 인한 피해가 굉장히 크다”며 “소비자와 업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양쪽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