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꿈꾸던 전기차 스타트업들 혹한기에 스러지는 중

입력 : 2024-03-04 00:01/수정 : 2024-03-04 00:01
리비안 전기차 스타트업. AFP연합뉴스

한때 테슬라를 뛰어넘겠다는 꿈을 꿨던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악전고투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고금리, 경제적 불확실성에 문을 닫는 전기차 스타트업도 생기고 있다. 전기차를 개발했음에도 지갑을 열 소비자가 기대만큼 없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가 된 것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의 테슬라라고 불리던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가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6억5010만 달러(약 8685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목표치 판매량은 5만대 였지만, 한참 모자라는 3만4855대를 판매한 것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 39%가량 하락해 현재는 5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테슬라 대항마로 불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 제조업체 리비안 역시 고전 중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해 생산 목표는 기존 8만대에서 5만7000대로 하향했다. 1만4000명의 직원도 10%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이후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주가는 지난달 최고치인 9일 16.68달러에서 32%가량 하락한 11.3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역시 주가가 폭락했다. 리비안의 실적 발표와 같은 날, 루시드는 지난 분기 매출이 1억5700만 달러(약 2097억원)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1억8000만 달러(약 2405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피터 롤린슨 루시드 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와 함께 “우리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족한 것은 규모와 규모의 경제”라고 말했다.
루시드 전기차 스타트업의 루시드 에어 세단.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스타트업의 큰형님들이 고전하자, 비교적 규모자 작은 업체들은 문을 닫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0~2022년 상장한 전기차·배터리 업체 43곳을 분석한 결과, 로즈타운 모터스, 페러데이 퓨처 등을 포함해 3곳은 이미 파산했다.

리비안과 루시드는 전기차 스타트업들 중 상징성이 높았다. 테슬라를 잡을 대항마로 시장에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을 넘어설 잠재력 있는 혁신적인 회사라는 인식으로 판매된 차량이 없어도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었다. 그러나 현재는 고금리와 경제적 불확실성, 특히 전기차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에도 직면해 있다.
제너럴 모터스 2024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 겸 CEO. GM 제공

전기차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는 ‘전기차’밖에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 매출 부진과 직결된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가 팔리지 않으면, 내연기관차로 수요를 전환해 생존법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빅3 완성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전기차 판매 목표를 일부 수정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하이브리드차 증산에 나서고 있다.

CNBC는 “지난 3년간 기업 공개 등을 통해 전기차 스타트업에 들어간 돈만 160조원”이라며 “20여 년 전 닷컴 버블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투자리서치 업체인 CFRA의 애널리스트 개릿 넬슨은 “더 많은 전기차 기업이 파산하겠지만, 아직 바닥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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