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대거 임기 만료를 앞두고 물갈이 폭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 당국이 최근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어서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외이사 관련 제도 개선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사외이사 37명 중 27명(72.9%)이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맞이한다. 명목상으로는 70%가 넘는 사외이사가 교체 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바뀌는 폭은 20%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임기는 ‘2+1’(최초 2년, 연임되면 1년씩 추가)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최장 임기까지 보장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최장 임기는 KB금융만 5년이고 나머지는 6년이다. 지난해에도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25명 중 20명(80%)이 재선임됐다.
다만 이전과 달리 ‘자동 연임’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 관행’을 발표하며 이사회와 사외이사 구성 및 평가체계를 공정·투명하게 운영할 것을 주문한 뒤 열리는 첫 주총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호 구축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통제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연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뜻한다. 금융권에선 지주 회장들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회장을 연임시키는 유착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외이사들이 금융사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5대 금융이 이사회에서 다룬 105건의 안건 중 100%가 찬성 의결됐다.

금융 당국과 은행권은 사외이사 제도 개선이 중장기 과제라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외이사 연임 자체를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사외이사 연임이 한 번에 대거 중단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제시한 모범규준은 강제안이 아니며, 각 금융지주와 은행이 각자 지배구조와 사정에 맞게 반영하면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금융지주별로 지배구조 관련 모범 관행 개선 로드맵을 취합하고 있다. 이날(28일)까지 마감 예정이었으나 은행권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출 시기를 3월 중순까지 다소 미뤘다.
은행들도 다음 달 주총에서 사외이사 대거 교체 등이 단번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KB금융은 최장 임기가 끝나지 않은 기존 사외이사 3명을 모두 그대로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별로 임기가 완전히 만료된 사외이사 자리에 학계 외 다른 분야 혹은 여성 후보자를 채워 넣는 식의 교체는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간 5대 금융 사외이사는 교수 등 학계(16명·43.2%)와 남성(28명·75.7%)에 치우쳐져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우리금융은 이날 6명이던 이사회를 7명으로 확대 보강하고, 여성 사외이사를 현재 1명에서 2명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타 금융지주 대비 이사회 규모가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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