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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붙은 게임 저작권 분쟁…엔씨-카카오게임즈 악연 계속

“신작 롬, 리니지W 베껴” 엔씨, 민사 소송 제기
레드랩게임즈 “서비스 방해 의도” 반박
엔씨-카겜, 재차 송사로 엮여

입력 : 2024-02-27 17:19/수정 : 2024-02-27 17:48
게티이미지 뱅크

엔씨소프트가 자사 대표 게임 ‘리니지’ 지식재산권(IP)과 관련해 세 번째 표절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 상대는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다. 근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유사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원조 게임을 보유한 게임사가 IP 보호를 위해 강경 조치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엔씨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롬’이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W’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만 지혜재산및상업법원에도 저작권법 및 공평교역법 위반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

엔씨는 롬의 ▲게임 콘셉트 ▲주요 콘텐츠 ▲아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연출 등에서 리니지W의 종합적인 시스템(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등)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엔씨가 제출한 저작권 침해 사례 이미지 리니지W(왼쪽), 롬(오른쪽). 엔씨 제공

게임 UI의 전반적인 질감과 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플레이 화면 등 연출과 구성이 유사하다는 게 엔씨의 설명이다. 또 리니지W은 변신, 마법인형 수집을 통해 캐릭터 능력치 성장이 가능한데, 롬 역시 코스튬, 가디언 등 이름만 바꾼 유사 콘텐츠를 넣었다고 봤다. 이 밖에도 장비 강화 시스템, 아이템 컬렉션 등 다수의 시스템과 콘텐츠 전반에 걸친 표절이 있었다고 엔씨는 지적했다.

엔씨는 “MMORPG 장르가 갖는 공통적, 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엔씨의 IP를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레드랩게임즈는 엔씨가 롬의 부분적 이미지를 짜깁기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는 주장을 한다고 반박했다.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대표는 다음 날인 23일 공지문을 통해 “이미 개발단계에서 게임의 법무 검토를 진행했으며 일반적인 게임 UI 범주 내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엔씨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부분은 오랫동안 전 세계 게임에서 통상적인 게임 디자인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엔씨의 소송 제기와 그에 대한 과장된 홍보자료 배포 행위가 롬의 정식 서비스를 방해하고 이용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 진행된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레드랩게임즈는 롬의 정식 서비스 일정에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27일 한국과 대만, 일본 등 글로벌 10개 지역에서 정식 출시했다.

이번 소송으로 엔씨와 카카오게임즈는 두 차례나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으로 부딪히면서 악연이 깊어졌다. 지난해 4월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현재 양측 자료 제출만 이뤄지고 소송 기일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엔씨는 지난해 8월 웹젠 ‘R2M’의 ‘리니지M’ 표절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43715)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1부는 엔씨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부정경쟁방지행위 위반했다고 1심 판결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부정하게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와 같은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게임 업계에서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웹젠 측이 항소의 뜻을 밝혀 해당 사건은 고등 법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대표가 지난 23일 엔씨소프트 소송과 관련해 '롬' 입장문. 홈페이지 발췌.

업계에서는 최근 ‘리니지류’ 게임을 대놓고 따라 하는 타사 개발 기조에 대해 엔씨가 소송을 통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씨의 행보는 UI 쪽에서라도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는 조치로 보인다”면서 “‘~라이크 류’ 게임은 보통 핵심 코어만 가져오는 것이다. 만약 그래픽이나 콘텐츠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할 정도로 같다면 다른 회사의 노력을 훔쳐가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엔씨의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 관련 소송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첫 소송인 웹젠과의 법적 다툼도 소송 시작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 1심 항소심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법적 싸움의 피해는 오로지 이용자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판결로 인해 게임이 갑자기 서비스 중단되면 피해는 과금, 파밍 등으로 공들인 게이머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고객 없이는 게임 시장은 이뤄질 수 없다”면서 “게임사는 소모적인 법적 분쟁이 없도록 개발 단계에서부터 창작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소송과 관련해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후 소장을 수령하면 세부 내용을 면밀히 파악 후 개발사와 함께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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