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쩐의 전쟁’ 될까…선거제 손질해야 여론 높아

1인1표 아닌 회비금액 따라 차등 부여


광주상공회의소 신임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錢)의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년 만에 경선으로 치르게 된 회장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주상의는 “3월 20일 회장 선거에서 김보곤 디케이 회장과 한상원 다스코 회장이 맞붙는다”고 26일 밝혔다.

전자제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 회장과 가드레일 제조기업을 이끄는 한 회장은 이날 오전과 오후 광주상의 3층 회의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제25대 회장 선거에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김 회장은 “지역경제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낼 새롭고 역동적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광주가 잘 사는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선거공약으로 광주시와 전남도와 경제 민관 협력 구축, 일자리총괄본부 신설, 회원사 자금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을 내걸었다.

한 회장은 “2003년부터 광주상의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고민해온 지역경제 발전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광주지역 산업평화대상 신설, RE100 회원사 정책지원 등을 공약했다.

김 회장과 한 회장이 선거일까지 완주할 경우 2006년 당시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과 이원태 금호산업 대표이사 이후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광주상의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광주상의 회장은 지역 경제계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자리다. 호남권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의 수장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상근 부회장 추천권과 직원 인사권 등 권한도 막강하다.

이로 인해 지역 경제계는 ‘제조업’과 ‘건설업’ 갈래로 나뉘어 매번 회장 선거를 치러오다가 심각한 선거 후유증을 의식한 탓인지 20년 가까이 ‘추대’ 형식으로 회장을 뽑아왔다.

2021년 제24대 회장 선거는 당초 양진석 호원 회장이 연임에 나선 현직 정 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회원 화합을 내세워 중도에 포기하면서 경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3·24대 회장을 연임한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이 6년 만에 자리를 내놓으면서 모처럼 2명의 후보가 양보 없는 살얼음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하는 광주상의 회장은 다음 달 12일 회장 선출권을 행사하는 80명의 일반의원(대의원)과 12명의 특별의원(상공업 비영리 법인, 단체)을 회원기업 투표로 먼저 선출하는 게 판세를 가름하게 된다. 이어 92명은 같은 달 20일 직접 투표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문제는 통상적인 ‘1인 1표’ 투표방식이 아니라 회원 기업의 회비 납부금액에 따라 투표권 수를 차등 적용한다는 데 있다.

회비를 기준으로 100만원 이하 1표, 1000만원 이하 10표, 4000만원 이하 20표, 5000만원 이하 22표, 8500만원을 넘으면 최대 30표가 주어진다. 선거일 이전 3년(2021~2023년) 동안 부과된 회비를 전액 내야 회장 투표권과 대의원 등의 출마가 가능한 피선거권을 얻는다.

여기에 특별회비 200만원을 내면 1표씩을 추가로 주는 제도를 별도 운영 중이다.

현재 회원기업으로 가입한 광주와 나주, 화순, 담양, 장성, 곡성, 영광 등의 기업회원 2400여 곳 가운데 24% 수준인 575개 업체가 30억원이 넘는 회비를 올해 들어 짧은 기간 동안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누가 당선되든 과열 양상에 따른 갈등과 내분 등 후폭풍이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벌써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선거 직전 특별회비가 급증하는 악습이 반복돼 안타깝다”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화합해야 할 회원들이 ‘돈 선거’를 치르면서 반목하지 않도록 선거제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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