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황씨 형수가 법원에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문을 제출했다. 유포된 영상 피해자 측은 “이번 반성문 제출은 ‘황의조 구하기’”라고 비판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형수 이모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박준석)에 자필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씨는 그간 “해킹당했다”며 유출 혐의를 부인해왔다.
반성문에서 이씨는 황씨가 영국 구단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씨 부부와 마찰을 빚었고, 이에 따른 배신감에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형 부부 헌신을 인정하지 않는 시동생을 혼내주고, 다시 우리에게 의지하도록 만들기 위해 범행을 했다”며 “저도 황씨만을 위해 학업과 꿈도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해외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배신의 깊이가 더욱 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평소 황씨 사생활을 관리하던 저는 휴대폰에서 한 여성과 찍은 성관계 영상을 발견하게 됐고, 이를 이용해 황씨를 협박해 다시 저희 부부에게 의지하게 하려고 했다”며 “오로지 황씨만을 혼내줄 생각으로 영상을 편집해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성 얼굴이 노출되지 않게 했다. 황씨 선수 생활을 망치거나 여성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반성문임을 내세운 2차 가해”라며 이날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는 이 변호사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저를)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성’이라고 또다시 거짓된 진술을 해 다시 한번 난도질하고 있다”며 “여전히 그들끼리 공조하고 있고 가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입은 피해 사실을 왜곡하며 자행한 노골적인 ‘황의조 구하기’”라며 “거짓 반성문이 피고인에 대한 양형 선처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소지한 혐의로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됐다.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직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도 받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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