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동천동 중국 총영사관 신축부지가 10년 넘게 공터로 방치돼 눈총을 받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으나 국가 간 외교 문제라는 이유로 손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21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중국 주(駐)광주 총영사관이 2014년 7월 동천동 동림2지구 업무시설용지 1만316㎡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00억여원에 사들였다.
2007년 당초 초등학교 신설부지로 조성됐으나 학생 수 감소로 학교설립이 무산된 이후 공관 신축부지를 물색하던 광주 총영사관이 2017년까지 본부건물과 주차장, 체육시설을 신축하기 위해 매입한 것이다.
총영사관은 입주 중인 월산동 임대건물이 낡고 비좁아 자체 공관을 새로 지어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총영사관이 장기간 공관 신축을 기약 없이 미루면서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해당 부지는 허리 높이까지 자란 잡초만 무성하고 일부 구역에는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넘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가 올 때면 유난히 크게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주민들이 밤마다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는 등 소음 공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인근 대단지 아파트와 중학교 학생들은 “공터를 가린 가림막이 찢겨 너덜거리고 잡초가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자라 모기, 하루살이를 포함한 해충은 물론 이따금 뱀이 나올 때도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분간 공관 신축이 어렵다면 아스팔트나 파쇄석을 깔아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텃밭으로 사용하게 개방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외교 공관 부지라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서구 의회는 지난해 11월 제317회 제2차 정례회 본 의회에서 ‘동천동 중국영사관 신축부지 장기방치 개선 건의안’을 이례적으로 의결하기도 했다. 미관을 해치고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피해를 주는 해당 부지에 대한 신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그런데도 총영사관은 “광주 총영사관 신축사업이 세계 각국에 200여개의 많은 해외공간을 둔 본국 예산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어쩔 수 없다”며 강 건너 불 보듯 팔짱만 끼고 있다.
광주 총영사관은 2008년 한중 양국 합의에 따라 광주와 전남·북을 담당해온 중국 주한대사관 주 광주영사사무소가 승격된 곳이다.
서구 관계자는 “감시 레이더를 장착한 미국 요격미사일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져 한중 관계가 긴장국면에 접어들면서 공관 신축이 보류된 영향도 있다”며 “주민 불편을 감안해 해당 부지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