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에 있는 중고차수출업체 중 일부 업체가 중고차 매입 과정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사기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매입 계약금을 내고 중고차를 인수한 뒤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잔금을 주지 않는 등의 협박도 일삼고 있다. 차주가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 그동안 투입된 견인비와 보관료 등을 요구하며 차량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들 업체가 정식 등록 매매업체로 알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업체는 1곳뿐이다. 나머지는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만 발급받으면 영업이 가능한 일반무역 업종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정식 자동차매매업자가 아닌 데도 정식 허가 중고차매매업자가 사용하는 자동차 양도증명서 양식을 사용하는 등 정식 등록 업체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이같은 피해는 현재 급증세다. 지난해 1주일당 1건 정도의 피해 신고는 지난달부터 매일 1∼2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로 접수되는 피해 신고 외에 경찰이 직접 피해를 접수하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피해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일단 사기를 당하게 되면 경찰에 피해 입증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소송까지 가는 긴 싸움을 겪기도 한다.
A씨는 본인 차량을 중고차 수출업자에게 230만원에 판매하기로 계약한 뒤 계약금 130만원을 받았고 차량 탁송 후 잔금 100만원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인수 후 차량 엔진 소음 및 파손 등 문제를 들먹이며 잔금을 30만원만 주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계약 파기를 주장했지만, 해당 업체는 오히려 견인비와 보관료 등 소요 비용 50만원을 요구했다. 또 돈을 주지 않으면 차량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결국 A씨는 앉은 자리에서 50만원을 고스란히 손해볼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차량을 300만원에 팔기로 계약하고 판매 금액 모두 받았다. 이후 업체 측이 차량 문제점을 지적하며 8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돈을 주지 않으면 차량을 말소하지 않고 타고 다니겠다고 협박했다. 차량을 말소하지 않고 수출업자가 차량을 운행하면 대포차가 된다. 주정차 위반, 속도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는 B씨에게 부과될 뿐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다.
이들 사례는 최근 연수구 일대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벌이는 중고차 매매 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유사 피해 사례들도 전국에서 연수구로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연수구는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온·오프라인 홍보와 함께 수출업체가 차량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명령을 신청해 대포차 운행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안내 중이다. 현재 연수구에는 전국 중고차 수출 물량 80% 이상을 수출하는 인천항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는 670여개 업체가 모여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20일 “피해 예방을 위한 구 차원의 홍보와 함께 중고차 판매 주민들도 해당 사업자가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인지 구청에 직접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차량을 판매할 경우 불편하더라도 업체 직원과 직접 구청을 방문해 차량을 말소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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