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정몽규에 ‘감독 찾냐’ 농담했다가 진짜 됐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인터뷰
“파주트레이닝센터, 낡고 북한과 가까워 싫었다”
정몽규 “프로세스 거쳐 선임” 입장 발표와 거리감

입력 : 2024-02-20 04:46/수정 : 2024-02-20 09:55
지난해 10월 13일 튀니지와의 평가전 당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는 정몽규 회장. 뉴시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한 달 전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 회장과의 돈독한 친분 관계를 언급한 내용이 20일 재조명됐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시안컵이 열리던 지난달 21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 사령탑을 맡게 된 과정이 다소 ‘우연적’이라고 소개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에 따르면 그는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부터 정 회장과 알고 지냈는데 2022 카타르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났다. 한국-브라질의 16강전(1-4 패)이 끝난 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에게 농담조로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정 회장이 이를 다소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다음 날 두 사람은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했다.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몇 주 뒤 실제로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와서 관심을 보였다는 게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설명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며 두 사람의 친분을 과시했다.

재택근무 논란에 대해서는 “내 노트북이 내 사무실”이라며 스스로를 ‘새’로 비유했다. 한국에 매인 채 감독직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 파주트레이닝센터의 숙박시설이 낡고 북한과 가까운 곳이어서 싫어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열린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클린스만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한 정상적인 절차로 감독을 선임했다는 정 회장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오해’를 바로잡겠다며 감독 선임 과정을 일부 밝혔다. 정 회장은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라며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다. 이후 1, 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정 회장에 대한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13일 정 회장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서민위는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클린스만을 임명한 건 강요에 의한 업무방해이며 감독 자질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에도 해임을 주저한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클린스만을 해임하지 않았을 때 2년반 동안 지불할 금액이 550만 달러(약 73억여원), 계약 연봉 220만 달러(약 29억여원)라면서 “정 회장의 일방적 연봉 결정에서 비롯됐다면 업무상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위는 전날에도 정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 축구협회 김정배 상근부회장과 황보관 본부장을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