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한 달 전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 회장과의 돈독한 친분 관계를 언급한 내용이 20일 재조명됐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시안컵이 열리던 지난달 21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 사령탑을 맡게 된 과정이 다소 ‘우연적’이라고 소개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에 따르면 그는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부터 정 회장과 알고 지냈는데 2022 카타르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났다. 한국-브라질의 16강전(1-4 패)이 끝난 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였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월드컵에 참여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에게 농담조로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정 회장이 이를 다소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다음 날 두 사람은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와 관련해 논의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몇 주 뒤 실제로 정 회장에게 연락이 와서 관심을 보였다는 게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설명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며 두 사람의 친분을 과시했다.
재택근무 논란에 대해서는 “내 노트북이 내 사무실”이라며 스스로를 ‘새’로 비유했다. 한국에 매인 채 감독직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 파주트레이닝센터의 숙박시설이 낡고 북한과 가까운 곳이어서 싫어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클린스만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한 정상적인 절차로 감독을 선임했다는 정 회장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오해’를 바로잡겠다며 감독 선임 과정을 일부 밝혔다. 정 회장은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라며 “61명에서 23명으로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인터뷰했다. 이후 1, 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정 회장에 대한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13일 정 회장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서민위는 정 회장이 협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클린스만을 임명한 건 강요에 의한 업무방해이며 감독 자질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에도 해임을 주저한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클린스만을 해임하지 않았을 때 2년반 동안 지불할 금액이 550만 달러(약 73억여원), 계약 연봉 220만 달러(약 29억여원)라면서 “정 회장의 일방적 연봉 결정에서 비롯됐다면 업무상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위는 전날에도 정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 축구협회 김정배 상근부회장과 황보관 본부장을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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