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행동”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등을 만나 러시아의 위성 공격 무기 개발 문제에 우려를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러호버스 해변의 한 성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발니) 사망에 대한 책임은 푸틴에게 있다. 명령했든 안 했든 푸틴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인들은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싸웠다”며 하원이 우크라이나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건 터무니없고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도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나발니 사망 소식에 격분하고 있다. 그는 푸틴 정부가 저지른 부패와 폭력, 그리고 모든 나쁜 짓에 용감하게 맞섰다”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푸틴은 그를 독살했고, 조작된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모든 것은 푸틴의 거짓을 폭로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며 “감옥에서도 그는 강력한 진실의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 죽음에 대한 책임은 푸틴에게 있다”며 “푸틴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의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암살됐냐는 질문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나발니 죽음과 관련해 러시아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선택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왕 주임과 회담하고 중국이 러시아의 방위산업 기반을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왕 주임에게 러시아의 위성공격 능력 추구가 우려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뮌헨 안보회의의 기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주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미국 위성뿐만 아니라 중국 베이징과 인도 뉴델리에 있는 위성도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 블링컨 장관의 메시지였다”며 “푸틴을 설득하는 것은 중국과 인도의 몫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왕 부장은 ‘우주 공간의 평화로운 이용’이라는 기존 자국 입장만 반복했다고 한다. 왕 주임은 17일 뮌헨회의 연설에서도 “러시아는 중국의 최대 이웃 국가”라며 “중·러 관계는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기초 위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했다”고 옹호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이날 러시아 당국에 나발니 사망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흔들림 없는 지원을 확인하고 러시아에 침략전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북한에 핵이나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이전하거나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나 이중 용도 물품을 북한에 이전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더욱 위협할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이 나발니 사망에 대해 “러시아의 내정”이라며 논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나발니는 본질적으로 푸틴에 맞설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형을 선고받은 것”이라며 “이것이 러시아 권위주의 체제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러시아 내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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