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급식카드’로 치킨을 주문한 고객에게 결제를 취소한 뒤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 업체의 사연이 전해졌다. 소식을 접한 동네 주민들은 치킨집 사장님에게 돈으로 혼쭐을 내주는 ‘돈쭐’을 예고하고 나섰다.
16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의 경남 김해시 무계동 ‘동네소식’ 게시판에는 한 치킨집의 선행이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A씨는 설 연휴이던 지난 11일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이 겪은 따뜻한 사연을 전했다.
A씨는 게시물에서 “배달 앱으로 치킨을 시켰고, 아동급식카드로 결제요청을 했다”며 “급식카드 사용이 안 된다면 주문 취소해달라고 요청 멘트도 남겼다”고 적었다. 아동급식카드는 취약계층 아동이 학교 바깥에서 급식에 준하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 보조금 카드를 말한다.
A씨는 “그런데 조금 있으니 가게 측에서 주문 취소가 됐다”며 “그래서 ‘안 되나 보다’ 하고, 다른 데 보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 전화가 오더니 ‘치킨을 보내주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카드가 되나 보다’하고 집안일을 하던 중에 딸이 카드를 들고 치킨을 받았는데, (배달원이) 계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가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설날에 그냥 아이와 함께 먹으라고 (사장님이) 서비스로 치즈볼과 콜라까지 주셨다”며 “제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디에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지 몰라 여기에 횡설수설 글을 쓴다. 제 감사한 마음이 전달이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물론 사장님과는 배달을 받고 다시 통화해서 감사 인사도 했다”며 “내일 다시 결제하러 간다고 했는데도 극구 사양하시면서 다음에 다시 한번 시켜달라고 하신다”고 했다.
A씨의 글은 김해시 무계동 ‘동네 소식’ 게시판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조회 수 2000회를 기록했다.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해당 치킨집을 향해 ‘돈쭐’을 예고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이따가 치킨 주문해야겠다” “내일 돈쭐 예약” “돈 몽둥이로 찜질 가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도 게시물 댓글에 입장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배달 전표에 ‘당근 보고 주문했다’는 분들이 계셔서 찾아와 글을 남긴다”며 “작은 행동 하나에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마음만으로도 제가 더 감사하다”고 적었다. B씨는 평소 지역의 보육원에도 치킨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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