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제 미국만 남았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최대 난관으로 꼽혔던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벽을 넘었다. 두 기업의 합병 절차는 미국의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EU 경쟁 당국인 EU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위해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13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마지막 남은 미국의 심사를 통과하면 세계 10위권 운송량을 갖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과 4개 도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이전 방안을 포함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며 EC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EC는 지난해 5월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관한 중간 심사 보고서에서 합병 시 독과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C는 “두 항공사가 한 회사가 되면 한국~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4개 노선에서 여객·화물 노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 일본 경쟁 당국(공정취인위원회·JFTC)의 심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슬롯 양도 방안을 제시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결합할 경우 한일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JFTC가 시정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가 요청할 경우 서울 4개 노선(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 등의 슬롯을 일부 넘기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느냐 마느냐는 이제 미국 손에 달렸다. 당초 미국은 상대적으로 승인을 받기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금은 미국이 EU보다 더 어려운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LCC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합병을 좌초시킨 게 기업결합 심사를 주관하는 미 법무부(DOJ)다. DOJ는 지난해 3월 두 항공사의 합병을 막기 위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쟁 제한으로 항공권 가격이 올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미 법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DOJ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순순히 승인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DOJ는 지난해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미주 13개 중 5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 노선에 독점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한·미 노선 이용객이 대부분 한국인이라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이 없고 국내 LCC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노선 확대로 독점성이 낮아진 점 등을 강조했다. DOJ는 올해 상반기 내 심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