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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생선동 망해서 어쩌나”… 서천시장 재개장에도 한숨만

대목 앞둔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현장
영업 재개에도 활기 회복 안 돼
“새로 지어질 시장, 보다 안전하게” 주문

지난 8일 오후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수산물동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박종혁 인턴기자

설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오후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평소였다면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붐볐을 곳이지만 대목을 앞둔 때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지난달 22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시장은 지난 5일부터 영업을 재개했음에도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수산물동은 현장 감식을 진행하는 탓에 사설 경호 업체 인력 5~6명이 출입을 막고 있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검게 그을린 간판과 나뒹구는 나무 뜰채가 이곳이 수산시장이었음을 겨우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군데군데 엿가락처럼 휘어진 유리창이 깨진 채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전소된 건물에 가까이 갈수록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서천시장은 9시간의 화마로 수산물동과 일반동, 식당동 점포 292개 중 227곳이 완전히 불에 타 버렸다. 이 중 수산물동 점포가 121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해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농산물동과 먹거리동에는 불이 옮겨붙지 않았지만, 가스와 전기가 끊어지면서 시장 영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가스와 전기, 소방 설비 공사를 마치고 먹거리동과 농산물동의 영업이 차례로 재개됐다. 당초 서천군은 대목인 설 명절을 앞두고 수산물동 상인들을 위한 임시 시장을 개장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상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보이며 임시 시장 개장은 설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서천군은 오는 4월 초 열리는 ‘서천 자연산 광어·도미 축제’ 전까지 40억원을 들여 임시 시장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오후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수산물동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박종혁 인턴기자

비교적 큰 화를 면한 농산물동과 먹거리동은 영업이 재개됐음에도 매출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 서천시장을 대표하는 ‘생선전(수산물동)’ 영업이 중단되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이날 44개 점포가 들어선 농산물동을 찾은 손님은 오후 1시부터 2시간여 동안 30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20년째 서천시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다는 농산물동 한 상인은 “저기 생선장(수산물동)이나 잡화가 있어서 사람들이 여기(농산물동)까지도 많이 찾아왔는데, 지금은 채소동만 있어서 설 대목인데도 장사가 안 된다”며 “보상을 받긴 했지만 이렇게 계속 매출이 안 나오면 생활비와 병원비 마련에 골치가 아파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그래도 다행히 명절이라고 장사라도 하게 해주고 여기저기서 조금이나마 들어오는 지원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난 8일 오후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농산물동을 찾은 손님은 오후 1시부터 2시간여 동안 30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박종혁 인턴기자

농산물동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임모(48)씨는 “이쪽이 바닷가라 수산동을 찾는 외부인들 때문에 매출이 유지됐다”며 “떡집도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 왔는데, 화재가 발생한 뒤로는 사실상 시장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평소 서천시장을 자주 찾았다는 한 40대 여성은 “5일부터 시장을 다시 열었지만 수산물동이 있고 없고 차이가 많이 난다”며 “서천시장은 지역민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손님이 많이 오는 편이다. 이제 수산물동을 이용하지 못하다 보니 발길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산동 맞은 편에 위치한 먹거리동도 한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피해 상인들만이 상황실이 있는 먹거리동 건물 2층을 분주히 지나다니고 있었다. 상황실 한편에서는 피해 상인들이 모여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전국에서 보내온 구호 물품도 눈에 띄었다.

일부 피해 상인들은 언론을 다소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임시 시장 개장에 대한 상황을 묻자 한 피해 상인은 “보면 모르겠냐”며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먹거리동에는 초록색 조끼를 입은 피해 상인들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박종혁 인턴기자

화재 조사가 끝나는 대로 불이 난 수산물동은 철거될 예정이다. 대신 서쪽 주차장 부지에 면적 5942㎡ 규모로 2개 동의 임시 시장이 들어선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농산물동까지도 철거해 2025년 12월까지 새로운 서천시장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민들과 상인들은 새로 들어서는 시장은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구조로 지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천 토박이라는 70대 김모씨는 “시장을 이용할 때마다 콘센트에 빽빽하게 전선이 꽂혀 있는 게 보였다. 시설에 더 투자해서 문제가 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얼마 전 진행한 안전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천시장은 지난해 9월 진행된 소방점검에서 문제가 없는 최상의 상태를 의미하는 ‘매우 양호’ 판정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시장 전기 설비도 거미줄처럼 점점 증설해 온 것”이라며 “어차피 새로 지어야 하니 좋은 시장을 지을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컨설팅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산물동 점포마다 자리도 좁고 물청소도 안 되는 구조”라며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문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천=박종혁·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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