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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있어 참 기쁘다” 매일 목사님 심방 기다려져요

200명 어르신 심방이 일상이라는 이강일 서초노인요양센터 원목
외로운 일상 속 어르신들 “목사님이 아들처럼 따뜻해요”

입력 : 2024-02-12 17:58/수정 : 2024-02-12 20:25
이강일 목사가 지난 5일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에서 예배에 참석한 어르신을 격려하고 있다.

“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 참 평안을 몰랐구나. 내 주 예수 날 오라 부르시니 곧 평안히 쉬리로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원장 나종선)에 찬양 소리가 울려퍼졌다.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사랑의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월요일마다 예배를 드린다.

이날 예배는 요양원 원목 이강일 목사가 인도하고 사랑의교회 찬양봉사팀 ‘쉐키나 레이디스’가 찬양했다. 찬양봉사팀은 어르신들 옆에 앉아 예배 내내 말동무가 돼 드리기도 했다. 이날 봉사자로 참여한 인턴기자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라 간이 검사를 받고 예배에 참석했다.

‘2월의 좋은 돌봄 캠페인: 어르신에게 눈높이를 맞춥니다.’ 예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기둥에 붙어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문구에 쓰인 대로 한 어르신 곁에 앉아 주름진 손을 잡고 눈을 맞췄다. 바로 앞에는 빨간 뜨개모자를 쓴 어르신이 찬양 소리에 두 손을 들었다.

이 목사는 어르신을 가리켜 “의식이 없던 분이 이제는 찬양에 이렇게 반응을 하신다”며 “이곳에 있으면 이런 작은 기적들을 종종 경험한다”고 말했다.

예배가 끝나자 파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휠체어를 끌고 어르신들의 이동을 도왔다. 이들은 장애가 있는 직원들로 ‘장애인도 함께 가야 한다’는 나종선 원장의 방침에 따라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돕고 있다. 어르신 이동 보조와 생활실 정리, 식사 도우미 등 이들이 하는 업무는 다양하다.

이 목사는 ‘섬김은 희생이 아닌 특권’이라고 말한다. 그는 매일 아침 7시40분부터 세 시간 정도 52개의 방을 돌아다니며 200명의 어르신들을 심방한다. 예배가 있는 월요일은 오전 10시4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찬양봉사팀과 한 층 전체를 둘러본다. 첫째 주는 1층, 둘째 주는 2층을 도는 식이다. 이때는 주로 일어나지 못하는 와상 환자들을 찾아가 위로한다. 기독교인에게는 찬양과 기도를 해 주고 신앙이 없으면 동요를 불러주며 안부를 묻는다. 이날도 이 목사는 예배가 끝나자마자 1층 라운딩을 시작했다.

“우리 아들이야, 아들.”

이 목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그를 ‘아들’이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침대맡에는 종교와 이름, 입소일, 환자 주의사항 등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 ‘무교’라 적힌 조모(87) 어르신은 이 목사를 보자마자 안색이 밝아졌다. 그는 “목사님이 참 잘 해준다. 매일 아침 오시지 않느냐”며 반색했다. 다른 와상 어르신들에 비해 거동이 용이한 조 어르신은 찬양팀을 따라 복도까지 나오며 배웅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을 대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이 목사는 심방이 끝난 후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따로 방문해 상담을 한다. 이날도 그는 1층을 돌아본 후 일부 어르신들이 모인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선 이 목사가 한 노인과 손을 맞잡고 “고향이 어디시냐”고 묻자 ‘충북 청원군 방일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목사가 그에게 “어머니, 방일면이요? 북일면이라면서”라고 말하자 어르신은 고개를 저으며 “방일면 24번지”라고 외쳤다. ‘북일면 69번지’라고 정정했으나 어르신은 강경했다. ‘방일면 24번지’는 지도에 없는 곳이지만 결국 이 목사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이고 방을 나섰다.

인턴기자(왼쪽)가 육경진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전 심방이 끝나고 말벗이 돼 드리기 위해 육경진(85) 어르신 방을 찾았다. 연노랑 조끼에 머리띠를 한 그는 모태신앙인으로 서울 소망교회를 오래 다녔다. 2021년도에 온 그는 일반 병원에 있을 때보다 요양센터가 훨씬 좋다며 “목사님과 예배가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된 대신 이곳에 예배가 생겨 기쁘고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집이나 병원에만 있으면 공동 생활을 할 수가 없다”며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봉사팀이 와서 찬양도 불러 준다. 찬양 부를 때마다 기쁨이 충만하다”고 말했다.

구립서초노인요양센터에 이러한 목회적 돌봄이 이뤄진 것은 작년부터다. 작년 3월 이곳에 이 목사가 원목으로 오기 전까지는 예배를 드리기도 어려웠다. 코로나19 이후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기존 종교 프로그램이 전부 중단됐기 때문이다. 2020년 위탁기관이 사랑의복지재단으로 바뀌면서 이곳 요양센터는 예배와 찬양을 회복했다.

이 목사는 ‘목자의 심정’과 ‘자녀의 마음’으로 요양원 사역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역 과정을 매번 영상으로 남겨 보호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공유한다. 요양원 사역에 대한 보호자들의 이해를 돕고, 어르신들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 달에 50시간씩 초과 근무를 한 적도 있다는 그는 “어르신들을 섬기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하은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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