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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두 번 울린다”…성과급도 ‘빈익빈부익부’


‘0 vs 50’.

대기업 성과급 희비가 설 연휴 분위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매년 초 많게는 연봉의 절반을 받아갔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은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올해는 ‘빈손’ 신세였다. 반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삼성화재 직원은 연봉의 50% 수준의 성과급을 들고 귀향길에 올라 대조를 이뤘다.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의 경우 성과급은커녕 연봉 동결 소식부터 접하면서 울적한 명절을 보내야 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조합원은 지난 5일 기준 1만6600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명의 약 14% 수준이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해 1만명을 밑돌다가 성과급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12월 말 이후 급증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조합원 수가 특히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 게시판 나우톡에는 ‘노조 가입 완료’를 뜻하는 ‘노가완’을 제목에 붙이면서 노조 가입을 인증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는 DS부문이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연봉의 0%로 책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DS부문의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도 지난해 하반기 기준 평균 월 기본급의 12.5%로 상반기(25%)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DS부문 내에서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0%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 속에 DS부문 연간 적자가 15조원에 육박하면서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직원의 불만이 노조 가입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DS부문 직원은 지난해 초를 포함해 거의 매년 OPI로 최대치인 연봉의 50%를 받았다. TAI는 2022년 상반기에 최대치인 100%, 하반기에 50%를 챙겼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한파를 겪은 SK하이닉스는 구성원에게 1인당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소식에 전삼노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에게 격려금 200% 지급 등을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성과급 ‘빈익빈부익부’가 확연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직원은 연봉의 50%의 OPI를 두둑이 챙겼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연봉의 43%를 받았다. 지난해 7%를 받았던 생활가전사업부와 의료기기사업부의 올해 OPI 지급률은 12%로 책정됐다.

지난해 호실적을 낸 보험사는 최대 수준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삼성화재는 연봉의 50% 수준을 지급했다. 한 해 전 연봉의 47%보다도 3% 포인트 올랐다. 삼성생명은 전년(연봉의 23%)보다 오른 연봉의 29% 수준의 성과급을 직원에게 줬다.

기본급의 362%(평균)를 성과급으로 받고 ‘트럭 시위’를 벌이는 기업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은 익명 모금으로 마련한 3.5t 트럭을 오는 29일까지 서울 여의도 일대에 돌리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 362%로 책정했다. 재무 성과를 목표 대비 높은 수준으로 달성한 지난해에는 기본급의 870%였고 성과에 따라 최대 900%까지 지급했다.

현대자동차는 설 연휴가 끝나면 특별성과급을 놓고 노사 간 충돌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노조는 “눈부신 실적에 걸맞은 공정 분배를 실현하라”며 최근 사측에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은 일반·특별성과급을 합해 1인당 3000만원 정도를 받았다.

매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정유사도 GS칼텍스가 지난달 말 연봉의 40%를 지급하면서 물꼬를 텄다. 전년도보다 10% 포인트 줄었지만 기본급 환산 기준 800%로, 다른 업종 대비로는 높은 수준이다. 한 해 전 에쓰오일은 기본급의 1500%, HD현대오일뱅크는 1000%, SK이노베이션은 800%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한 바 있다.

매출 300억원대 정보기술(IT) 중소기업 직원은 “대기업의 성과급 투쟁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애초 사내에 성과급 체계도 없기 때문에 기대도 없다. 업황이 좋으면 최고경영자(CEO) 기분에 따라 보너스를 받곤 했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경기가 워낙 나빠 임금 인상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 허탈하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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