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이너스 손?… 손정의 1.6조 날릴 판에 웃는 이유

소프트뱅크, 3년 전 12억 달러 투자한
美 바이오테크 기업 인비태 파산 논의
英 반도체 설계사 암(Arm)서 기사회생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8년 11월 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AP뉴시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투자 실패로 1조6000억원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미래의 성장 산업을 내다보는 안목과 과감한 투자로 ‘일본의 워런 버핏’,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손 회장은 2020년대 들어 거듭되는 벤처 투자 실패와 거액의 손실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유전자 치료기술 기업 인비태가 소프트뱅크 투자금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증발’을 예고했다.

‘손정의의 선택’ 인비태 상폐 논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지난 6일(현지시간) 인비태에 대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힌 뒤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인비태가 거래정지 직전 기록한 주가는 89센트였다. 50달러를 넘겼던 2021년 초와 비교해 –99% 수준으로 폭락했다. 2020년 한때 70억 달러(약 9조3000억원)를 웃돌았던 시가총액은 이제 1억 달러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일 “인비태가 수주 안에 15억 달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파산을 포함한 전략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비태는 한때 전도유망한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찾아온 자산시장의 거품 형성 과정에서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성장주 투자자의 기대와 자금을 빨아들였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9년 11월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 중 질문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인비태는 2010년 미국 지노믹헬스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뒤부터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버블’이 정점에 도달했던 2021년 미국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스타트업 시티젠을 3억2500만 달러에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영업이익 없이 거액을 지출한 대가는 현금 고갈과 자산 매각이었다. 인비태는 지난해 현금 2억2000만 달러 이상을 소진하면서 그해 12월 시티젠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생식 사업부도 525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인비태의 운명은 이제 구조조정 전문가들의 손에 놓였다. 미국 뉴욕의 구조조정 전문기업 모엘리스와 에프티아이컨설팅,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세계 매출 1위 로펌 커클랜드앤드앨리스가 인비태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2020년대 벤처 투자 연달아 실패

손 회장은 인비태의 몰락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등장했다. 인비태가 소프트뱅크에서 12억 달러를 전환사채 형태로 조달한 시기는 2021년이다. 당시 손 회장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 포지션을 정리하고 바이오‧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이때 인비태가 손 회장의 시야에 들어갔다.

인비태는 당시 소프트뱅크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할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3년 뒤 소프트뱅크는 투자금 회수는커녕 전액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손 회장의 벤처 투자 실패는 2020년대 들어 부쩍 늘었다. 그전까지 손 회장의 안목은 의심을 받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초고속 인터넷망인 브로드밴드,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앞에서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산업 재편, 공급망 붕괴, 국가 간 갈등과 더불어 고물가‧고유가까지 찾아오면서 손 회장의 벤처 투자는 힘을 받지 못했다.

소프트뱅크가 2021년 ‘미국판 배민’으로 불리는 도어대시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할 때만 해도 손 회장은 ‘자산시장 붕괴를 정확하게 예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손 회장의 투자 실패 소식이 줄줄이 들려왔다.

2022년 애플TV 영화 ‘우린 폭망했다’의 한 장면. 자레드 레토(왼쪽)는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면, 김의성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역을 연기했다. 영화 예고편 스틸컷

‘공유 오피스’ 기업 워워크의 몰락은 손 회장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꼽힌다. 위워크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붕괴와 경영 실패가 맞물려 지난해 11월 미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로 140억 달러(약 18조6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위워크의 흥망성쇠는 앤 해서웨이 주연의 2022년 영화 ‘우린 폭망했다’에서도 다뤄질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배우 김의성이 손 회장 역할을 연기했다.

2022년 미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코인런’ 사태도 손 회장에 손실을 입혔다. 소프트뱅크는 FTX 투자로 1억 달러(약 133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손 회장이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손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고급 저택을 담보로 9200만 달러의 대출을 받았다”며 “영국 반도체 설계사 암(Arm)과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지분까지 모든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량기업은 배신하지 않았다

우량기업은 손 회장을 배신하지 않았다. 암은 회계연도 기준 2024년 3분기(지난해 10~12월) 실적으로 매출이 8억24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이 29센트로 집계됐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암의 실적은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를 편입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전망치인 매출 7억6100만 달러, EPS 25센트를 모두 상회했다.

영국 반도체 설계사 암(Arm)의 기업명이 지난해 9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 중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암은 또 올해 1~3월에 해당하는 회계연도 기준 2024년 4분기 자동차와 인공지능(AI) 시장 호조로 매출이 8억5000만~9억 달러, EPS가 28~32센트로 집계될 것으로 전망했다.

암은 소프트뱅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중이 3분의 1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암의 주가 상승이 소프트뱅크의 순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손 회장이 이를 담보로 활용해 새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고려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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