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보고 ‘묻지마 살인’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남학생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는 지난 1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10대 황모군에게 징역 단기 4년, 장기 6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형기는 최소 4년에서 최대 6년으로, 교화 여부에 따라 형기 4년을 채운 뒤 조기 출소할 수 있다.
황군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중학생 2명을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황군은 지난해 4월부터 살인을 하기 위해 각종 흉기와 둔기를 구매해 이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해 7월 신림역에서 사상자 4명이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이 일어나자 이를 모방해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림역 흉기난동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도 다운로드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조선과 마찬가지로 신림역에서 흉기난동을 피우기 위해 경남 창원에서 상경했다. 황군은 서울에 도착한 뒤 서초구 교대역 인근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타는 만 15세 여학생 2명을 뒤쫓아갔다. 이후 이들을 미행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학생들을 흉기로 찌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군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자신에게 아스퍼거증후군(자폐)과 조현병 증상이 있어 심신미약으로 감경받아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위협하려고 했을 뿐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살인미수죄가 멋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소년범이어서 며칠이나 몇 개월 안에 풀려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풀려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전후로 정신병력을 진단받은 적이 없다”며 “피고인이 주장한 심신미약은 의증일 뿐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황군이 피고인을 위협할 당시의 자세와 범행 도구 등에 비춰 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적 드문 공원에서 낯선 남자에 의해 갑작스럽게 흉기로 공격당한 어린 피해자들이 겪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잔혹한 범죄인데 이를 추종하는 것에서 나아가 행위 착수까지 이르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황군은 선고 이튿날인 지난 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도 6일 항소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심리적 충격이 크고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보다 엄중한 형이 선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황군은 지난해 4월 말 자신이 탔던 택시 운전사를 공격한 혐의로 소년보호처분도 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레이저 포인트로 여중생 얼굴 부위를 반복적으로 겨냥해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 측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서 불기소됐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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