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잔디를 먹는 세리머니를 펼쳐 이라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떨어지는 계기를 제공한 아이만 후세인이 경고를 받은 건 ‘경기 지연’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FC는 2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후세인의 퇴장은 국제축구평의회 경기 규칙 제12조 반칙과 불법행위 중 ‘경기 지연 시 징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을 보면 선수에게 경고가 주어지는 반칙의 사례로 ‘플레이의 재개를 지연한 경우’가 명시돼 있다. AFC는 “후세인이 받은 두 번째 경고는 경기 규칙상 심판의 올바른 판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후세인의 갑작스러운 퇴장이 이라크가 탈락하는 직접적 계기로 인식돼 논란이 커지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주최 측인 AFC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 AFC가 개별 판정에 설명을 내놓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AFC는 “후세인이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상황을 둘러싼 질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판정 근거와 포괄적 해석을 제공해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게 우리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라크의 스트라이커 후세인은 요르단과의 16강전 후반 31분에 2-1 역전 골을 넣은 뒤 그라운드 주변을 돌며 ‘산책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그라운드에 앉아 잔디를 입에 넣는 시늉을 했다. 앞서 선제골을 넣었던 요르단 선수들의 밥 먹기 세리머니를 비꼬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에 주심은 후세인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판정을 둘러싸고 골 세리머니에 도발, 조롱하는 내용이나 제스처가 있을 때 경고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주심이 해당 동작을 선동적인 행동으로 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보다도 경기를 지연시킨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게 AFC의 설명이다.
앞서 옐로카드를 한 번 받았던 후세인은 경고 누적으로 결국 퇴장당했고, 이후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수적 열세에 시달리던 이라크는 2골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해 16강에서 떨어졌다.
후세인을 그라운드에서 쫓아낸 호주 국적의 알리레자 파가니 심판은 경기 직후 온라인에서 집단적인 테러를 당했다. SNS에서는 이란 태생인 파가니 주심을 향한 수천건의 악의적 댓글이 달렸고, 그의 개인 정보가 무단으로 공개됐으며, 국제축구연맹(FIFA)에 그의 심판 업무를 중지시키라는 탄원까지 접수됐다.
이에 대해 AFC는 “심판과 선수 등 대회 참가자들을 향한 위협, 학대, 개인 정보 폭로 등을 강하게 비난한다”며 “그러한 행동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되고 아시아 축구 커뮤니티를 존중하는 행동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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