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육가공공장 화재로 순직한 박수훈(35) 소방사와 김수광(27) 소방교의 SNS에는 생전 밝고 쾌활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시민들은 이들의 SNS에 비통함을 담은 추모 댓글을 남기고 있다.
2일 온라인에 따르면 박수훈 소방사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허잇챠’라고 외치며 춤을 추다가 발차기하는 동영상이 게재돼 있었다. 2022년 1월 14일 그가 직접 올린 영상으로 ‘경북소방’이라고 적힌 특수복을 입고 춤추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 아래 박 소방사의 지인이 “울 쌤(선생님)은 어디서건 기쁨을 준다”고 댓글을 달자 박 소방사는 “네!! 어디서나 넘칩니다!!”라고 답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박 소방사는 특전사 중사 출신이다. 태권도 지도자로서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땄던 그는 2021년 8월 그토록 바라던 소방 공무원에 최종 합격해 이듬해 구조 분야에 임용됐다.
미혼인 그는 평소에도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조직에 큰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김수광 소방교의 SNS를 보면 젊은 세대답게 비번인 날에 서울 맛집도 찾아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구미가 연고지인 그는 20대 초반부터 경북도소방본부에 몸담아 어느덧 6년차 소방관이었다.
지난해에는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소방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시험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두 대원은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으로 같은 팀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경북 북부를 강타한 집중 호우로 실종된 문경시와 예천군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68일간 수색 활동에도 동원됐었다. 문경소방서 한 소방관은 “평소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는 좋은 동료들이었다”라고 전했다.
1일 차려진 두 대원의 빈소에는 무거운 슬픔이 내려앉았다. 장례식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순직한 소방관들의 부모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누워만 있다고 한다. 빈소를 찾아온 동료 소방관들의 눈시울은 하나같이 붉어져 있었다.
박 소방사와 김 소방교의 발인은 오는 3일 오전 7시로 예정됐다. 이후 경북도청 동락관으로 장소를 옮겨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영결식을 진행한다. 이들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소방 당국은 붕괴한 건물 안전 진단을 마친 뒤 화재 현장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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