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주호민이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된 당일 인터넷 방송에서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6개월 만의 방송 출연에서 그는 그간 보도되거나 알려진 내용 중 상당수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주호민은 1일 오후 9시부터 자신의 트위치 채널 ‘주펄’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한 주호민은 “집에만 있으니 면도를 잘 안 하게 되더라”며 “오늘 (재판) 결과가 나와 그에 대한 말씀도 드리고 근황도 이야기하고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려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개인 방송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과 관련해 “그간 여러 신문사, 방송사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이에 앞서 개인 방송에서 입장을 전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과 지면의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며 “저의 진의가 왜곡될 수도 있고 축약하는 과정에서 달리 전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방송을 통해 입장을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호민은 먼저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유죄가 나와서 기쁘다거나 다행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죄 판결이 나왔다. 교사가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주호민은 아들의 또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는 것에 대해 “당시 상황이 기억난다. 아들이 태권도복 입고 있었고, 그 바지를 내렸다가 성기가 노출됐다”며 “아들이 바지를 내렸는데, 그걸 여자애가 봤다. 그러고 ‘으악’ 소리를 지른 것뿐인데 그 앞에서 성기를 들이밀고 무슨 성추행범처럼 보도가 됐더라”고 말했다.
교사에 대한 선처의사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선 교사 측이 보낸 요구 문서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주호민은 해당 교사 측이 변호인을 통해 고소를 취하하고 피해보상을 하라고 문서를 보내왔는데, 특히 사실과 다른 사과문 문구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 변호인이 보낸 문서를 공개하며 교사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이 없음에도 ‘직접 사과를 받았고, 자신들도 교사가 학대할 고의는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문구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보고 선처의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주호민은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육 상황을 몰래 녹음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는 “녹음기를 넣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계신데 너무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런데 이렇게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진짜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녹취록까지 공개하려고 했으나 그 경우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어있고, 교사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이라 생각해 일단 보류했다고 전했다. 단 2시간 30분이 넘는 녹취록 중 일부만 유리하게 편집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녹취록 상당 부분이 묵음이고 아이들이 방치돼있었다 설명했다.
그는 사건이 알려진 이후 악성 댓글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마음 먹었다고 공개했다. 주호민은 “당시엔 어떤 해명을 해도 들어줄 분위기도 아니고, 6페이지짜리 입장문을 내면 60페이지짜리 욕이 돌아왔다”며 “이것밖에 방법이 없구나, 나머지 가족이 살아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앞서 이날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이를 유예했다.
주호민에게 고소당한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당시 9살이던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교사 측은 판결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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