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고 중국이 직접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콕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교부장 겸직)을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북러 관계 강화, 그리고 이것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우려한다”며 “중국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이러한 우려를 중국에 직접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또 “양측 대표 간 이런 논의가 지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북한에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의 다음 단계는 미국 측 대표와 쑨 부부장 간의 전화 협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중 간 논의에 대한 후속 대화를 중국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6일 평양을 방문 중인 쑨 부부장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최 외무상과 쑨 부부장은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를 기념하고 “공동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를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쑨 부부장은 인민문화궁전에서 박명호 부상과도 별도로 회담을 진행했다.
미 당국자는 중국이 최근 대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건설적인 역할을 한 게 있는지 모르겠다. 러시아는 확실히 북한에서 최근 역할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중국 역시 분명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들이 그 영향력을 (북한) 비핵화의 경로로 우리를 복귀시키는 데 사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왕 위원과 26일부터 이틀간 총 12시간에 걸쳐 회동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동, 북한, 남중국해, 양안 문제 등 주요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따른 것”이라며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관계에 있지만, 양국이 갈등이나 대결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최근 군 간 통신 재개의 진전을 인식하고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올봄 인공지능(AI)에 관한 미․중 대화 개최를 위한 사전 논의도 이어갔다. 양측은 오는 1월 30일 미․중 마약 대책 실무그룹도 출범키로 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토니 블링컨 장관이 조만간 베이징에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는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최초의 고위 관리였으며, 이 채널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