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지진으로 큰 피해 입은 가나자와시는 일본 기독교인들의 오랜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여전히 작은 도시 규모에 비해 많은 수의 교회가 있습니다.”
장기원 일본 도쿄 높은뜻오차노미즈교회 목사가 25일 국민일보에 일본 지진으로 가나자와시 교회들의 피해 상황을 전하며 한 말이다. 이시카와현 현청 소재지인 가나자와시는 진앙 노토반도 북쪽에서 100㎞ 떨어진 도시로 일본 3대 정원으로 불리는 겐로쿠엔이 이곳에 있다.
무엇보다 가나자와시는 오랜 기독교 역사를 지닌 도시다.
현재도 일본 OM선교회 대표부가 가나자와시에 있으며 핍박을 피해 숨어서 복음을 이어온 가톨릭 신자를 의미하는 ‘가쿠레 기리시탄’의 고향이다. 이뿐 아니다. 노토반도와 가나자와시 전역에 자생적 교회들의 연대인 성서연맹 소속 교회가 13개나 있다. 일본 지방 소도시 중 이렇게 많은 교회가 한 데 모여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중 윤봉길 의사 암매장지와 가까운 가나자와 아오조라교회에서는 한국인 김성은 목사가 목회하고 있다.
장 목사는 지난 23일 높은뜻오차노미즈교회·높은뜻푸른교회와 본죽 해외 선교부가 일본 지진 구호에 써 달라며 교회로 보낸 구호금과 각종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높은뜻푸른교회와 본죽 해외 선교부는 각각 1000만원의 구호금과 2300㎏에 달하는 죽 세트와 방한복을 보냈다.
현지 교회들은 가나자와시 우치나다교회에 구호 본부를 차렸으며 노토반도 나나오교회 옆에 구호 물품 창고를 세우고 체계적인 구호를 진행하고 있지만 교회와 주민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다.
장 목사는 “작은 도시에 여러 교회가 있지만 모두 규모가 작고 오래된 교회들이라 지진으로 금이 간 교회를 스스로 보수할 능력도 없는 형편”이라면서 “소수 교인의 힘만으로는 다시 전처럼 예배드리고 사역하는 게 쉽질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지진으로 무너진 집부터 복구 지원을 하는데 교회들이 붕괴 직전까지 금이 갔을 뿐 무너지지 않아 복구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나자와 츠바타교회는 지진 이후 교회에 큰 균열이 생기면서 2층에 있던 사택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장 목사는 “무너진 게 아니라 지진 보험 혜택도 못 받는데 정작 사용도 할 수 없다”면서 “교인들도 붕괴 위험으로 교회에 나오지 않아 교회 청소만 겨우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 목사는 “지진 지역 목회자와 교인, 주민들은 겉으로 드러난 피해보다 마음의 아픔이 너무 깊은데 순간의 지원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교회들이 일본 기독교인들의 아픔을 알고 이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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