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고 대의를 지지하는 사람, 혹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모든 방향에서 우리와 싸울 사람을 선출할 수 있다. 우리에게 최고의 승리 기회를 줄 사람은 누구냐.”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미자동차노조(UAW) 연례회의에서 숀 폐인 위원장이 질문하자 관중들은 손뼉 치며 ‘조 바이든’을 연호했다. 페인 위원장은 “바이든은 미국 노동자에게 베팅했고,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를 비난했다. 트럼프는 노조가 옹호하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며 “나는 UAW의 바이든 지지 선언 발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UAW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역대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세계 자동차의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앞에는 큰 싸움이 있다. 여러분의 지지가 영광스럽다”고 말하자 관중들은 “4년 더”를 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승리를 거머쥐자 백악관이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를 기정사실로 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분명한 대비를 이루는 정책 의제를 띄워 노조, 유색인종, 여성, 젊은 층 등 전통적 지지층 표심 단속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UAW가 이날 지지를 선언한 건 바이든 대통령 노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UAW는 오랫동안 민주당 편에 선 단체다. 2020년 대선에서도 일찌감치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새 위원장이 된 페인은 “전기차 전환은 바닥을 향한 경쟁이 될 심각한 위험”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지지 선언을 보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측근들을 여러 차례 UAW에 보내 정책을 설명했고, 지난해 자동차노조 파업 때는 미시간주 집회 현장에 직접 달려가 피켓 시위까지 동참하는 공을 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미시간주를 여러 차례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비난하며 노조와 민주당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었다. 특히 민주당의 세계화 정책이 미국 제조업을 무너지게 했다고 주장해 왔다.
NBC방송은 “트럼프의 호소는 민주당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층으로 나뉜 노조원들을 분열시켰다”며 “이번 UAW의 지지는 2024년 대선 중요 격전지인 미시간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하는 미시간주는 대선 핵심 경합주다.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미시간주 승리 후보가 백악관 주인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 인기가 높은 ‘스윙 스테이트’에서 UAW가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이라며 “‘친노조’를 자임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언급했다.
낙태권 문제 쟁점화도 계속되고 있다. 질 바이든 여사는 이날 텍사스 낙태 금지 판결 당사자인 케이트 콕스를 오는 3월 7일 국정 연설에 초대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콕스는 지난해 8월 셋째를 임신했고, 석 달 뒤 태아가 염색체 이상에 따른 치명적 유전 질환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태아가 사산하거나 생후 수 주 안에 사망할 확률이 있고, 산모도 출산 때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예외적 낙태를 허용했는데, 텍사스주 법무장관이 항소했다. 텍사스주 대법원은 하급심 결정을 보류시켰고, 콕스는 텍사스주 경계를 넘어가 낙태 시술을 받아야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낙태권 문제에 대해 대다수 미국인 편에 서 있지만, 공화당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 대언론 책임자인 마이클 타일러는 “미국인들에게 바이든-트럼프 사이에서 '분명한 선택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미 전국에 걸쳐 격전지에서 역량 투입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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