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혐오하는 표현이 없었는데도 길거리에서 복음을 전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구금됐던 스코틀랜드 목회자가 2년여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했다. 차별금지법(차금법) 입법이 논의 중인 국내에서도 법이 통과될 경우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영국의 비영리 기독교단체 크리스천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최근 스코틀랜드 컴녹침례교회의 앵거스 캐머런(52) 목사가 스코틀랜드경찰청으로부터 불법 구금 등에 관한 위자료 5500파운드(약 935만원)와 소송비용 9400파운드(약 1599만원)를 보상받았다.
크리스천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캐머런 목사는 2022년 1월 글래스고 뷰캐넌 거리에서 전도하다가 경찰로부터 ‘공공장소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긴급 체포됐다. 체포 당시 현장 영상에서 캐머런 목사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복음을 전한 일밖에는 없다며 자신의 어떤 말이 문제가 되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은 행인들이 불편해한다는 말만 할 뿐 정확히 어떤 발언이 문제가 됐는지 명시하지 않은 채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이후 캐머런 목사는 한 시간 넘게 구금된 뒤 불기소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이에 크리스천인스티튜트는 캐머런 목사를 도와 부당한 체포, 인권 침해, 역차별 등을 이유로 스코틀랜드경찰청을 고발했다. 당시 공격적인 언행이 없었음에도 혐오범죄자로 낙인찍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2020년 글래스고에서는 빌리 그레이엄(1918~2018)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전도 집회가 행사장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파행돼 논란이 일었다. 행사장 측은 그레이엄 목사의 평소 동성애 견해를 문제 삼았지만 결국 재판 끝에 종교의 자유가 역으로 억압됐다는 점이 인정됐다.
영국의 평등법으로 인해 빚어진 이 같은 논란은 평등법과 유사한 법으로 분류되는 ‘포괄적 차금법’ 입법이 논의 중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도 차금법이 통과되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라며 “나중에 불법 체포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무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과정까지 가게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차별 금지(평등)는 자유와 상충하는 영역이 존재하기에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도덕적 문제가 없는 기준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법은 사적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주체의 자유권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국가 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사적 주체의 분리, 거절의 불합리성을 판단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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