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굶고 “국밥 한그릇만”…글 올리자 벌어진 일 [아살세]

40대 일용직 노동자, 온라인에 도움 청한 뒤 온정 이어져
일자리도 소개받아…“은혜 잊지 않고 베풀며 살겠다” 다짐

온라인에 '국밥 한 그릇만 사 달라'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도움을 받은 뒤 후기를 전하며 감사를 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일용직 노동자 A씨(45)는 최근 일자리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 형편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밥 사 먹을 돈이 없어 사흘을 굶었습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었죠. 고민 끝에 온라인에 글을 올렸습니다. ‘국밥 한 그릇만 사주세요.’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A씨는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의 닉네임은 ‘이제 끝낼 시간’이었습니다. A씨는 국밥 한 그릇만 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너무 배가 고프다고요. 글에는 ‘주작’이라거나 ‘사기 아니냐’고 의심하는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응원하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들도 적지 않았죠. A씨는 같은 날 게시글을 하나 더 올렸습니다. 그는 “세 분께서 18만원이란 큰돈을 보내주셨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어 “연락이 왔을 때 염치 불구하고 계좌번호를 보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또 살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한 분과는 통화를 했는데 해주신 말씀이 와 닿았다. ‘설령 글 내용이 사기일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진짜 어려운 사정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겠다’는 거였다”며 “가슴에 꼭 새기겠다. 남은 돈은 아껴 쓰고 힘내서 내일부터 버스카드 충전해서 열심히 일자리 알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식당에서 8000원짜리 황태콩나물국밥을 사 먹는 사진도 첨부했습니다. 그는 “만날 맨밥에 신김치만 먹다가 몇 개월 만에 따뜻한 국물과 고기를 먹는 것 같다”며 감사해했습니다.

온라인에 '국밥 한 그릇만 사 달라'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도움을 받은 뒤 후기를 전하며 감사를 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A씨는 13일 재차 글을 올려 보다 자세한 사연을 전했습니다. 그는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생계가 어려워져 일용직 노동을 하던 중 지난해 장마철부터 하루 일하면 3~4일을 쉬어야 할 정도로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있었다. 걷는 건 고사하고 앉거나 눕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여름쯤부터 당장 안 입는 겨울옷 등을 중고로 1만원, 몇천 원에 팔았고 60만원 정도의 긴급생계지원금 받은 걸로 버텼다”면서 “최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나아져 택배나 아파트 건설 현장 일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3일을 굶던 차에 휴대전화라도 팔아보려고 했지만 외관상 망가진 곳이 많아 팔지도 못했다”고 얘기했습니다.

A씨는 “마음이 약해져 ‘난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싶고 진짜 안 좋은 생각이 덜컥 들었다. 그런데 죽는 게 무서웠다”면서 “평소 자주 보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같은 지역 분이 계시다면 국밥 한 그릇만 사 달라고 글을 올렸던 것이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치아 상태가 나빠 먹을 수 있는 건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국밥 정도였다”고 털어놨습니다.

A씨에 따르면 이틀 동안 온정이 쏟아졌습니다. 금전적인 도움을 받은 건 물론 직접 와서 패딩과 폴라티를 준 이도, 휴대전화를 수리해준 이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일자리를 알아봐 주기도 했습니다. A씨는 실제로 업체 관계자와 통화를 했고 오는 19일 업무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온라인에 '국밥 한 그릇만 사 달라'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도움을 받은 뒤 후기를 전하며 감사를 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A씨는 “진짜 비관적이고 깜깜한 어둠뿐이었는데 많은 분들께서 빛을 비춰주셔서 이제 일어서 그 빛을 따라 한 발자국 내디뎌보려 한다”면서 “지금 받은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 저 또한 베푸는 이가 되겠다. 제 목숨 살려주셔서 감사하고 고맙다”며 글을 마쳤습니다.

글을 남긴 뒤 A씨의 닉네임은 ‘이제 끝낼 시간’에서 ‘안개 나무’로 바뀌었습니다. 안개나무의 꽃말은 ‘내일의 희망’이라고 하는군요. 그는 해당 글에 추가 내용을 적은 댓글도 남겼는데요.

“이 글이 끝이 아닙니다. 미혼에 희망도 없다 보니 그동안 목표가 없었습니다. 첫 목표는 첫 월급 타면 작은 기부나마 해보는 겁니다. 주신 도움, 갚는다는 마음으로 다음 글은 기부 글 올리는 걸 목표로 하겠습니다.” A씨의 다음 글이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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