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바오 “정해진 이별이 ‘푸바오 이야기’의 끝 아니길”

“나무에서 떨어진 푸바오가 내 품에 달려와 안기던 순간, 마음 열어”
푸바오와 정해진 이별 앞두고 있는 ‘작은 할부지’ 송영관 사육사 인터뷰

푸바오와 송영관 사육사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유튜브 채널 '에버랜드' 캡처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로 일한 지 올해로 20년 차인 송영관(45) 사육사는 본명보다 ‘송바오’나 ‘푸바오 작은 할부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판다들의 생활을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송 사육사는 최근 책 ‘전지적 푸바오 시점’을 펴내기도 했다. 푸바오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송 사육사를 지난 11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만났다.

-푸바오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사육사들은 그런 것 같다. 이미 처음부터 떠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예고된 이별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준비한다. 워낙 그런 부분을 알고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단단하게 마음먹고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헤어진다는 건, 좀 마음을 건드리는 감정적인 것이다. 이제 함께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주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별이 닥치면 힘들 것 같다.
“이별의 과정을 겪는 건 힘들다. 저도 그렇고, 다른 사육사들도 결국 다시 동물들을 통해서 치유하는 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게 가장 현명한 답인 듯하다. 물론 이별은 두렵기도 하지만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사랑을 주고 정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게 치유의 방법인 듯하다.”

판다월드 송영관 사육사가 1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 판다랜드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윤웅 기자

-그런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판다월드에 오기 전 새끼 오랑우탄을 돌봤다. 상태가 좋지 않아 인공 포육을 해야 했다. 유인원들은 사람이랑 정말 비슷하다. 아기가 2시간에 한 번씩 엄마를 깨워서 밥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그 친구도 품에서 저와 함께 잘 때 2시간에 한 번씩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결국엔 떠나보냈고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1년 정도 후에 판다월드에 가서 다시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와서 하다 보니까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별의 상처를 푸바오가 치유해준 건가.
“푸바오가 나무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판다들은 나무에서 떨어지면 부끄러워한다. 사실 그렇게 내 품에 뛰어 들어와 의지할 줄은 몰랐는데, 푸바오가 나무에서 떨어지더니 품에 들어와 ‘끼잉끼잉’ 소리를 내길래 그냥 꼭 안아줬다. 그때 마음의 문이 온전히 열리면서 ‘내가 다시 보호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구나. 이 친구를 최선을 다해서 돌봐야 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대나무 헬리콥터’처럼 다양한 장난감을 만들어 주던데.
“사육사로서 푸바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서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판다들에게 대나무는 분명 먹을거리다. 어차피 먹어버릴 테지만 다양한 모양으로 안전하게 위험하지 않은 소재로 만들어주는 이유는 대나무 장난감을 든 푸바오가 특별한 판다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그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판다는 푸바오밖에 없을 거다. 푸바오를 그런 특별한 친구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두 돌 맞은 푸바오와 함께 포즈를 취한 강철원 사육사(왼쪽), 송영관 사육사. 에버랜드 제공

-판다월드 사육장이 정말 조용하더라. 관람객에게 물어보니 팬들 사이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고 한다.
“판다는 자기가 아는 소음은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처음 듣는 소리에 분명히 영향을 받는다. 이제 팬분들이 그런 부분까지 아시는 거다. 되게 감동적인 부분이다. 판다가 이렇다고 많이 전파하고 알려드리려고 했던 부분인데 오히려 팬들이 먼저 직접 실행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어떻게 보면 동물한테 받은 사랑을 반대로 나눠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이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가면 ‘송바오’나 ‘강바오’처럼 사랑해주는 사육사를 만나기 어려울까 봐 걱정하신다.
“저희는 중국으로 연수도 다녀오고 꾸준히 중국 사육사들과 소통하고 있다. 푸바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때 직접 전문가들이 와서 노하우도 전수해줬다. 저희보다 더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환경이 다를 뿐이지 여기가 옳다 저기가 옳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팬들이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가서도 송바오,강바오의 사랑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저희의 노력을 알아주시고 인정해주시니 감사하다. 그렇지만 저는 조금 반대인 것 같긴 하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걸 바라고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만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감정들은 다 느껴지지 않나. 푸바오가 (사랑을) 충분히 느낄 거로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푸바오에게 받았던 사랑을 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에버랜드에 언제까지 방문해야 푸바오를 볼 수 있나.
“아직 중국과 계속 협의 중이다. 결정되는 대로 알릴 예정이다. 푸바오와의 이야기에 많은 분이 함께하고 계시니 당연히 바로 알려드려야 하는 사안이라 생각한다. 이제 곧 클라이맥스와 피날레가 오는 건 확실하니까, 끝까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열성팬도 많은데, 푸바오를 떠나보낼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푸바오 인기가 많아지고, 진심으로 빠져드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걸 볼수록 걱정이 더 많이 됐다. 이제 클라이맥스와 피날레가 남아 있는데, 팬분들도 그만큼 슬플 거다. 보통 결말이 슬픈 책이나 영화는 다시 안 보게 되잖나. 이별의 슬픔이 두려워서 푸바오와 그간의 이야기를 다 덮어버릴까 봐 걱정이 된다. 그러지 마시고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는 것이 푸바오의 행복이 확장되고, 더 넓은 데에서 우리가 이 친구를 볼 수 있는 거니까 계속 연결돼 있는 거로 생각하시고 응원하고 살펴봐 주시면 좋겠다.”

푸바오가 11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 방사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용인=윤웅 기자

-훗날 푸바오를 보러 중국에 갈 의향도 있나.
“적당한 때에 기회가 되면 그러고 싶다. 잘 있는 모습 정도 보고 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푸바오가 기억력도 뛰어나고 저희 사육사들에 대한 것들을 많이 저장해놔서 조심스럽기는 하다. 저희가 중국에 갔을 때 푸바오가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적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한다. 이 친구한테는 자극이 될 수 있으니까. 푸바오한테 좋다면 가서 보겠지만 좋지 않은 거라면 참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바오에게 푸바오는 어떤 존재인가.
“잊을 수 없는 존재. 잊히지도 않는, 또 잊어서는 안 되는 행복을 주는 영원한 우리의 가족.”

-푸바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돌아가서도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그렇듯이 늘 행복한 일만 있지는 않다. 그럴 때마다 갖고 있는 좋은 기억들과 좋은 감정들로 잘 이겨냈으면 한다. 그런 순간도 이겨내고 값진 보물들을 잘 얻어냈으면 좋겠다. 그럴 거라 믿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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