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교흥 위원장은 14일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과거에 얽매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의 악순환을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새로운 시작”이라며 “법안 시행이 오는 4월 10일 총선 뒤에 이뤄지는 만큼 정쟁이 있을 수도 없으니 윤석열 대통령은 반드시 특별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처리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행안위원장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만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과 좀 더 논의해서 법안을 재조정할 수 있는 폭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용산구청장, 서울경찰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참사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현직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하는데 유족 입장에서 이런 현실을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겠느냐”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시각이 아니라 검사의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니 ‘지금 대응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인데 이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유족들은 대통령이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여야가 합의하는 상황을 기다리면서 지금까지 참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염두에 뒀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예상해서 국회 행안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법안을 조율할 때 여당이 얘기하는 것을 거의 수용해줬다.
예컨대 부모가 안 계신 아이도 있어서 피해자 범위에 3촌을 넣으려 했으나 그것도 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낸 것도 대통령이 그나마 거부권을 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속에 한 것이었고 유족들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면 진상규명을 아예 못 할까 봐 이번 법안은 많이 양보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안을 수정할 여지가 있나.
“그렇다. 지금 여당에서 조금 더 수정해줄 수 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에 합의가 안 된 것 중의 하나가 특조위 조사위원장을 여당이 동의할 수 있는 인물로 하자는 부분인데, 여당이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이면 위원회 가동이 잘 안 된다. 세월호 참사 때도 잘 안 되지 않았나.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만 행사하지 않는다면 좀 더 논의해서 조정할 수 있는 폭을 찾을 수 있다면 찾아야 한다.”
-특별조사위원장 추천 과정에 국민의힘은 빠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조정의 여지가 없나.
“그것은 우리가 받을 수 없다. 내가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간사를 할 때 정말 힘들었다.
위기대응센터장을 나오라 하니 육군사관학교 교장으로 가서 안 된다 하고, 총리도 안 나온다 하고, 유족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도 여당이 반대해 유족의 육성 녹음을 트는 등 별일을 다 했다.
국정조사 특위도 이랬는데 특조위원장이 조사를 제대로 안 하려고 하면 회의조차 잘 안 열릴 것이다.
기구만 띄운다고 능사가 아니다. 그 기구가 가동되게 해야 한다.”
-정부가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수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특조위원장 추천 등을 계속 문제 삼고 있다고 보는가.
“대통령실은 특조위가 가동돼 사건을 낱낱이 파헤치고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보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유가족에게 배·보상으로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자나 유가족이 항상 거리로 나와 외치게 만드는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사고가 나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거기에 책임 있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다음에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사건을 은폐·축소하거나 사회화되는 걸 막으려 하니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가 특조위 조사를 꺼리는 것은 결국 총선 때문이라고 보는가.
“그런 것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 총선 뒤에 특조위 조사를 하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을 우리가 받은 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정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참사에 대해 진상규명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정쟁을 없애려고 특조위도 전문가들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수용할 경우 4월 총선에서 오히려 국민의힘에 좋을지도 모른다.
총선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법안을 윤 대통령이 꼭 수용해줬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이 유족들을 대통령실에 모셔서 진정한 사과 한 번 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지난해 11월 대통령 시정연설 때 이뤄진 국회 상임위원장단 면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 특별법이 통과되면 받아주셔야 한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셔라.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과 예의다’라고 얘기했다.
그때가 마침 이태원참사 1주기 바로 뒤였는데 윤 대통령은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더라.
이번에 특별법이 통과된 이틀 뒤인 지난 11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도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라. 정부가 유족과 국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하게 요청했지만, 답이 아직 없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유족들이 인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지금 이분들이 단식하고 오체투지까지 하면서 건강이 걱정되는데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관철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신 분들이다. 사고 날까 봐 걱정된다.”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 특별법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서 행안위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과 여당 위원들을 일일이 만나고 전화해 ‘내 정치적 소명이다. 159명의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었는데 이것마저 안 하면 난 정치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단계를 밟으며 당위성을 말하면서 숙성시켜왔고 아이들이 떠난 지 438일 만에 법안이 통과됐다.”
-윤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과거에 얽매이려는 게 아니라 재난의 악순환을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의지이고 새로운 시작이며 생명안전법의 출발점이다.
이런 부분들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법안을 다뤄왔다.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직전 50여분의 유족을 만나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되레 ‘애써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윤 대통령이 검사의 시각이 아닌 대통령의 시각에서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목적은 향후 이 같은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무슨 여야가 있나. 대한민국이 하나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윤 대통령이 법안을 수용해줬으면 좋겠다.”
김영선 박장군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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