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보러 왔어요. 곧 중국으로 돌아가잖아요. 폐장 때까지 다른 놀이기구는 타지 않을 거예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 ‘푸바오’를 보기 위해 이재빈(16)양은 새벽 열차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1일 오전 5시30분 대구에서 홀로 KTX를 탔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었다. 일찍 서두른 덕에 그는 이날 푸바오를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곧 중국으로 돌아갈 푸바오를 보기 위해 ‘오픈런’까지 마다하지 않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푸바오(2020년 7월생)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만 4세가 되면 중국 서식지로 돌아가야 한다. 푸바오는 이르면 올봄에 반환된다.
지난 11일 찾은 에버랜드는 개장 시간 전임에도 정문 입구부터 푸바오를 보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문 열면 (푸바오가 있는) 판다월드로 가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장 직후 카메라를 든 관람객 80여명이 판다월드로 입장했다. 일일 방문자만 약 8000명이다. 현재 판다월드는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해진 인원수만큼 입장해 실내사육장에서 5분, 실외사육장에서 5분간 머무를 수 있다. 이날 오전 실내사육장에는 엄마 판다 아이바오와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실외사육장에는 푸바오와 아빠 판다 러바오가 머무르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판다 가족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짧은 관람을 마친 이들은 굿즈샵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판다월드 굿즈판매량은 약 110만개에 달한다. 푸바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덩달아 에버랜드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조회수 1000만을 넘는 영상도 여럿 된다. ‘판다 할배와 팔짱 데이트’의 조회수는 2167만회에 달한다.
관람객들에게 푸바오를 찾는 이유를 물었다. 대부분이 푸바오 열풍에는 ‘위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답했다. 딸과 함께 푸바오를 보러 온 신모(79)씨는 푸바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위로가 되는 유일한 존재였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온 그는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는데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푸바오를 보게 됐다.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항상 웃는 얼굴에 표정도 다양했는데,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신씨 딸도 마찬가지였다. 공연 일을 하는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계속 취소되면서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걱정 근심 없이 천진난만한 푸바오가 힘이 됐다고 했다. 관람객 중에는 “푸바오 존재 자체가 힐링”이라며 “바라만 봐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한 이도 있었다.
김주연(45)씨는 푸바오 가족을 보며 모성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딸이 푸바오가 중국 가기 전에 꼭 봐야 한다고 해서 가게 문을 닫고 왔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살뜰히 챙기고, 쌍둥이가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딸들이 생각났다”며 “오길 잘한 거 같다. 사춘기라 냉전 중인 큰딸도 함께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판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육사와의 케미(정서적 교감)도 푸바오 열풍 요인 중 하나다. 한 관람객은 “푸바오가 미끄럼틀에 누워있으면 할아버지(사육사)가 와서 쓰다듬어준다. 장난감도 만들어주고, 대나무도 먹여준다. 퇴근할 때는 안아주는데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전했다.
‘송바오’로 불리는 송영관 사육사는 “사육사들이 판다를 대하는 모습을 좋게 보신 것 같다”며 “특히 코로나19로 각자 힘든 부분이 많았을 텐데 푸바오를 키우면서 헌신하는 모습, 그 가운데 푸바오가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마음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팬들은 푸바오가 태어날 때부터 영상으로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접해왔다”며 “푸바오가 사육사한테 애교를 부릴 때 마치 본인이 경험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바오의 중국 반환일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에버랜드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송 사육사는 “팬분들의 마음이 저에게 전해질 정도로 굉장히 진심”이라며 “그만큼 떠나는 게 슬프고 힘들겠지만, 사랑으로 연결된 걸로 생각해주시고 계속 푸바오를 응원해주시고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6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