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통일 노선 변경과 대남 기구 정리 지시를 시행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적대적인 교전국”이라고 못 박고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대남 기구 정리를 지시했다.
13일 현재 기준 북한의 대남 국영 라디오 ‘평양방송’ 방송은 수신되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부터 방송이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방송 홈페이지인 ‘민족대단결’도 접속 불가능한 상태다.
평양방송은 북한의 대남 기구가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북한의 대남 기구 정리 작업의 연장선에서 방송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평양방송을 통해 1960년대부터 남측 주민을 겨냥해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선동하는 내용의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 왔다. 과거 자정에 김일성·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亂數)를 읽어 남파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렸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난수 방송은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물리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 178페이지 99번, 78페이지 40번…” 식의 내용이다. 난수 방송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다가 2016년 재개됐다.
북한은 남측과 민간교류를 위한 각종 기구·단체를 정리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하신 대남 정책 전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대적 부문 일군(간부)들의 궐기 모임이 12일에 진행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어 “(궐기 모임에선)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우리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동지의 대적 투쟁 방침을 철저히 관철해 괴뢰역적 패당의 무모한 반공화국 대결 책동을 단호히 짓뭉개버릴 드높은 열의와 철석의 의지”를 분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일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대남 부문 기구 정리를 시작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외무성으로 흡수하는 방향의 작업도 진행 중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 국가 도메인(.kp)을 이용하는 대외 선전 웹사이트 ‘내나라’에서도 통일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던 ‘우리는 하나’ 코너가 사라졌다. 닷컴 도메인을 쓰는 우리민족끼리·통일의메아리·류경·조선의오늘·려명 등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들도 지난 11일부터 접속 불가 상태다. 대남 기구 정리와 맞물려 폐쇄 등 개편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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