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은 노예제가 원인이고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 선거를 훔치려 한 자들이 이제 역사를 훔치려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대선 전복 시도와 남북전쟁을 연결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공했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흑인 유권자 표심을 되찾기 위한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연합군이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쟁이 노예제도가 아닌 주(州) 정부의 권리에 관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이기적인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예제도가 남북전쟁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또 "모르는 것 같은 이들에게 내가 분명히 말한다. 노예제가 남북전쟁의 원인이었다. 이것은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다시 또 패배를 거짓말로 숨기려 하는 이들이 있다. 이번에는 2020년 대선에 관한 거짓말”이라며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MAGA·극우 공화당) 공화당이 선거를 훔치려 했고, 이제 역사를 훔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폭동 사건을 “미국 역사상 정권의 평화로운 이양을 막으려 한 최초의 시도”라며 “우리는 정치 폭력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남부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흑인교회로 2015년 백인 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9명이 희생된 곳이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희생자 장례식에서 추도사 도중 침묵하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흑인 커뮤니티에 깊은 감동을 줬던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백인우월주의는 역사 내내 나라를 분열시킨 독”이라며 “지금도 내일도 앞으로도 영원히 미국에 있을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행보에는 지지층 단속 목적이 담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미국 독립운동 성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밸리포지를 1·6 의회 폭동 3년 연설 장소로 정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서포크대 여론조사에서 흑인 유권자 지지율이 63%로 지난 대선(87%) 때보다 24% 포인트 하락하는 등 지지 기반 분열을 겪고 있다.
레드필드&윌튼 스트래티지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미시건 등 주요 경합주에서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격차가 지난해 11월 조사 때보다 좁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39%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0%)과 1% 포인트 차이로 추격했다. 격차는 지난 11월 조사 때 보다 6% 포인트 줄었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 연설 도중 일부가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해 “당장 휴전하라”고 깜짝 시위를 벌여 연설이 잠시 중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의 열정을 이해한다. 난 이스라엘이 (공세를) 줄이고 가자지구에서 상당히 철수하도록 이스라엘 정부와 조용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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