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 유명 입시학원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와 같은 지문을 사용한 문항이 출제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는 2022년 11월 치러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유명 입시학원 강사의 교재 지문과 비슷하게 출제된 배경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당시 수능 영어 23번 문항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였다. 이 문항에 쓰인 지문은 국내 베스트셀러인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책 ‘투 머치 인포메이션’에서 발췌됐다.
이후 해당 지문이 유명 학원 강사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곤 동일하다는 주장이 입시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논란을 빚었다.
실제로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직후부터 닷새간 접수한 이의신청 660여건 가운데 100여건이 23번 문항에 집중됐다.
이의신청자들은 사설 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보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지문 출처만 동일할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면서 선을 그었다. 사설 모의고사 문항은 어휘 뜻을 묻는 문항으로 수능 문항과 유형이 다르며, 지문은 우연히 겹쳤다는 것이다. 23번은 문항 및 정답 오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만 평가원은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과정에서 강사들이 개별적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한 문제까지는 확인이 어려워 검토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달았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가 운영한 ‘사교육 카르텔 신고센터’에 동일한 문제가 신고되면서 교육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23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지 8개월이 지난 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신고센터가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위원 사이의 유착 의혹을 집중 단속하기 위해 가동된 만큼 해당 문제 역시 규명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감사원도 교육부와 평가원이 해당 논란을 인지하고 뒤늦게 조치한 이유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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