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물류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던 약속을 또 져버렸다. 태영그룹의 의지를 의심하는 금융 당국은 태영건설이 법정 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전날까지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았다. 태영그룹은 지난 3일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을 2062억원에 팔아 경영 실패와 관련이 없는 윤세영 창업 회장 딸 몫(513억원)을 제외한 1549억원 모두를 태영건설에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중 890억원을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를 갚는 데 쓰고 현재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태영그룹이 알짜로 꼽히는 하수 처리 자회사 에코비트와 SBS를 지키기 위해 티와이홀딩스의 빚을 우선 갚은 것으로 추측한다.
이외에도 태영그룹은 앞서 내걸었던 나머지 세 가지 자구안도 이행 여부를 확실시하지 않은 상태다. ‘에코비트 지분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골프장 운영 자회사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곡물 보관 자회사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는 모두 태영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를 위해 채권단을 설득할 때 내건 조항”이라면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정하는 오는 11일 채권자협의회까지 4일밖에 남지 않았다. 태영그룹은 하루빨리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태영그룹에 태영건설을 살릴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앞서 논란이 됐던 태영건설의 상거래채권 미상환 관련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윤석민 회장의 416억원 지원 약속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오너 일가 책임 분담 차원에서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할 때 본인 지분 몫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는데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 ‘대여’ 형태로 돈을 내줬다. 향후 태영건설이 법정 관리나 파산에 이르더라도 윤 회장 자신의 돈은 건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채권단에서는 태영그룹이 자구안 첫 단추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원 지원을 늦어도 8일 이른 오전까지 마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기한을 넘길 경우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에 실패해 법정 관리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은 7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KDB산업은행장 간 비공개 회동을, 8일에는 주채권 은행인 산은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태영건설 법정행에 대비해 ‘데시앙’ 아파트 분양자와 협력사 보호 조치의 세부 내용과 가동 시기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태영건설의 법정행이 금융권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나 건설업계 줄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 안정 조치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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