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의 여파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내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방사선 계측기가 작동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계측기에 접근할 수 없어 복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노토반도 서쪽의 시카(志賀)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 15곳의 방사선량 계측기가 지난 1일 강진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원전이 있는 시카지역은 이번 지진 당시 일본 지진 등급에서 가장 높은 진도 7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원전 주변에 설치된 계측기들이 고장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은 “시카원전에서 반경 30㎞ 안에 있는 약 120개 방사선량 계측기 가운데 와지마시와 아나미즈 등 원전 북쪽 20∼30㎞ 부근에 있는 15개가 지진 발생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계측기들이 작동을 멈춘 이유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본 당국은 지진으로 이시카와현 내 도로가 갈라지거나 치솟으면서 현장 접근이 어려워 아직 현장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구 계획 역시 세우지 못한 상태다.
이시카와현 원자력규제청 담당자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로가 끊겨 접근할 수 없어 계측기들이 부서진 것인지 토사물에 묻힌 상황인지 알 수 없다”며 “현 차원에서 대안을 강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사선량 계측기는 원전 사고 발생 시 대피 명령을 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정부의 원자력 재해대책 지침은 계측기 실측치에 근거해 주민의 실내 대피나 피난 개시 등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났을 때 후쿠시마현에 설치돼 있던 방사선량 계측기 24대 가운데 23대가 고장이 나면서 방사선량 파악이 어려웠다. 당시 많은 주민이 방사선량이 오히려 높은 지역으로 피난하며 피폭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다만 시카원전은 현재 운전 정지 상태라 이번 지진으로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원자력규제청은 항공기로 방사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도쿄신문은 “원전 사고 시 주민 피난의 판단 근거가 되는 실측치를 신속히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 원자력 재해에 대한 대비의 어려움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카원전에서는 지난 1일 강진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흘러넘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장조에서 넘친 물의 양은 시카원전 원자로 1호기 약 95ℓ, 원자로 2호기 약 326ℓ였다. 원자로 1호기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냉각 펌프 가동이 약 40분간 정지되기도 했다.
시카원전에서는 강진 이후 부지 내 수위가 약 3ｍ 상승하고, 원자로 1호기의 바다 쪽에 설치된 약 4ｍ 높이 방조벽도 수㎝ 기운 것으로 파악됐다.
방유경·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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