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 당한 친구에게 ‘연락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가한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입건됐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고등학생 A군에게 폭력을 행사한 동급생 B군과 C군을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군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난달 8일 B군의 연락을 받고 불려 나가 B군과 C군에게 두들겨 맞았다. 전화를 제때 받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맞은 A군은 부친 사망으로 슬픔에 빠진 가족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다만 아버지 발인 날 ‘가슴이 아프다’며 에둘러 고통을 호소했다.
폭행은 또 벌어졌다. B군과 C군은 지난달 14일 새벽에도 A군을 불러내 2시간 가까이 끌고 다니며 때렸다.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집으로 돌아온 A군을 본 어머니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고, 비로소 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는 전치 4주의 진단을 내리며 “조금만 더 맞았으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A군은 결국 입원했다.
A군의 어머니는 B군과 C군을 경찰에 고소하고 학교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었지만 가해 학생은 이미 자퇴해 버렸다. 특히 폭행을 주도한 B군은 이미 다른 학폭 문제로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진 상태였다.
A군 가족은 보복 및 추가 폭력 등을 우려해 이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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