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받아 그중 일부를 이미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미국 정부가 파악했다.
4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와 관련해 “우리가 입수한 정보는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발사대들과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제공했음을 보여준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에 포탄뿐만 아니라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는데, 미국이 “수십 발”이라는 구체적 수치와 함께 복수의 발사대 제공 정황을 추가로 소개한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실제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최소 1발의 북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으며, 올해 들어 지난 2일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야간공습 등에 여러 발의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커비 조정관은 12월 30일 발사된 미사일은 자포리자 지역의 노지에 떨어진 것으로 보이며, 2일 발사된 미사일의 영향은 현재 평가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NS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쏜 북한산 탄도 미사일의 탄착 지점을 표시한 설명자료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제공하기 전에 이뤄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도 포함됐다. 이들 북한산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약 90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이 같은 지원의 대가로 러시아에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와 재료, 기타 첨단 기술 등을 받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으려 하는 이들 무기와 기술은 “우려스러운 안보상 함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25∼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때를 전후해서부터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군수품을 대량 이전한 것으로 한미의 관련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또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북한의 대러시아 군수품 공급은 계속됐고,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의 위성 발사 기술을 획득해 지난달 군사 정찰위성 발사 때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대북 관측통들은 추정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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