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서울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숨진 수용자의 유족이 4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의 고위험군 수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과 과밀 수용으로 수용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소액사건심판법 적용 한계인 3000만원에 100원을 더한 3000만100원으로 정했다. 소액재판으로 분류될 경우 판결문에 승소 및 패소 이유가 기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70대 수용자 A씨는 평소 당뇨 질환을 앓던 중 2020년 12월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듬해 1월 7일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외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변호인단은 A씨가 확진 판정 5일 뒤 형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음에도 외부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않았고, 사망 전날 밤부터 호흡곤란을 호소했으나 구치소 측이 뒤늦게 119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A씨에 대한 미흡한 조치 원인으로 동부구치소가 수용률 116%의 과밀 수용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유족이 A씨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양성 판정 12일 뒤에야 통보 받았으며, 일방적 화장 절차로 A씨 시신마저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원고 측의 건강정보 접근권과 시신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A씨의 아들은 변호인단을 통해 “아버지 죽음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전해 듣지 못했다. 그저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동부구치소의 간수를 통해 들은 것이 전부다.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3월 A씨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과 동부구치소장에게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인권위는 또 수용자에 대한 의료 관리 시스템 개선, 직원 대상 직무교육 등을 권고했다.
앞서 동부구치소 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또 다른 수용자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2022년 4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손해배상액이 3000만원인 소액사건으로 분류돼 구체적인 패소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1월에도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이 “국가가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대리인단은 “A씨 사건은 이전 소송과는 달리 국가의 고위험군 수용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해 수용자가 사망에 이르렀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당국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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