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채 눈 쌓인 도봉산을 등산하다 고립된 등산객이 구조되면서 “산에 와서 술을 마실 수도 있지”라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눈을 헤치고 온 구조대원에게 고맙다는 말은커녕 “내 배낭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지난 2일 MBN ‘김명준의 뉴스파이터’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일행과 함께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산을 등산했다. 당시 서울에는 전날까지 폭설이 내렸고, 산에 쌓인 눈은 녹지도 않았다. 산길 곳곳도 추운 날씨에 빙판길이 돼 있었다. A씨는 술을 마신 채 등산을 하다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 됐다. 주변에 있던 등산객들이 신고해 119 산악구조대 등이 출동했다.
구조대원은 450m 지점을 올라가 이 남성을 찾았다. “계십니까. 안녕하세요. 혹시 다치신 분 맞으신가요”라고 구조대원이 먼저 구조대상자를 확인했다. 이어 산악구조대원이 “술 마시는 게 산악인은 아니에요”라고 한마디 하자 A씨는 “여보세요. 산에 와서 한잔할 수도 있지. 참견하지 말아요”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러면서 “제 배낭 어디에 있어요?”라며 자신의 짐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구조에 나섰던 도봉산 산악구조대의 박평열 소방장은 ‘김명준의 뉴스파이터’와 인터뷰에서 “한 5~10분 정도 실랑이를 벌였다. ‘내려가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는 내려갈 수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하더라”며 “또 앞에서 바로 넘어지시더라.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어 보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자기는 가방만 찾고 내려오는 내내 40분 동안 똑같은 얘길(가방 어디에 있냐) 했다”고 덧붙였다. 가방은 일행인 대원이 먼저 갖고 내려갔다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저런 행위는 자신뿐만 아니라 구조대원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것”,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봇짐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진짜였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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