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에 위협에… ‘反유대’ 논란 美하버드대 총장 자진 사퇴

Է:2024-01-03 06:09
:2024-01-0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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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 총장이 자진 사임했다. 학내 반(反)유대 문제에 미온적인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친유대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퇴출 운동이 벌어진 결과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학내 반유대 논란으로 아이비리그 총장이 퇴출당한 건 엘리자베스 매길 전 펜실베이니아대(UPEN·유펜) 총장에 이어 두 번째다.

게이 총장은 2일(현지시간) 하버드 커뮤니티에 보낸 입장문에서 “마음은 무겁지만, 하버드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담아 총장직에 물러나게 됐음을 알리는 글을 쓴다”며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지만, 구성원들과 협의한 결과 내가 사임하는 게 하버드에 가장 이익이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게이 총장은 “최근 몇 달간 우리 커뮤니티를 분열시키고, 신뢰와 호혜의 유대를 약화하는 긴장과 분열을 목격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증오에 맞서고 학문적 엄격함을 지키겠다는 나의 약속에 의문이 제기되는 건 괴로운 일이었고, 인종적 적대감으로 인한 인신공격과 위협을 당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게이 총장은 지난해 7월 하버드 역사상 최초의 흑인 총장이자 두 번째 여성 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반유대주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1636년 설립 이래 가장 단명한 총장이 됐다. 하버드대는 앨런 가버 교무처장에게 임시 총장을 맡겼다. 그는 하버드 성명이 하마스 테러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학내 갈등이 확산하면서 촉발됐다. 친유대계는 특히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해 학교 측이 소극적인 대처를 한다고 비판했고, 월가를 중심으로 후원 거부 운동이 벌어졌다.

정치권도 논란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5일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게이 총장과 매길 전 총장, 샐리 콘블러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들은 ‘유대인 학살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발언이 대학 윤리 규범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모호하게 답해 친유대계 비판을 키웠다.

곧 총장 퇴출 압박이 본격화됐다. 교육·노동위원회는 하버드, 뉴펜, MIT 세 곳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를 시작했고, 의원 70여명은 학교 측이 총장들을 해임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매길 전 총장이 청문회 나흘 만에 먼저 자진 사임을 발표했다.

게이 총장은 교내 신문을 통해 청문회 때의 발언을 사과하고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위협에 조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하버드 교수진 700여 명도 “학문적 자유에 대한 하버드의 약속과 어긋나는 정치적 압박에 저항하라”며 게이 총장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게이 총장 사퇴 압박은 지난달 논문 표절 의혹이 표면화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됐다. 보수 성향의 온라인 저널인 워싱턴 프리 비콘에 게이 총장 논문 표절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하버드의 ‘큰 손’ 기부자인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 등은 이를 공론화했다.

하버드대는 이후 3건에 대한 의혹에 대해 검토를 진행했고, 몇 가지 부적절한 인용 사례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이 총장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하버드대는 지난달 20일에도 게이 총장의 1997년 박사학위 논문 중 ‘적절한 인용 표시가 없이 복사된 표현’을 두 군데에서 발견했다고 추가로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유대계는 표절 처벌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다며 학교 측을 비판했다. 새해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게이 총장은 이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반유대 총장 사퇴 압박을 주도해 왔던 공화당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은 SNS에 “2명 사임(two down)”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칼릴 지브란 무하마드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끔찍한 순간이다. 공화당 의회 리더들이 대학 독립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며 “그들은 게이 총장 사임으로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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