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당 행사에서 한 지지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을 두고 “쇼”라는 발언을 하자 한 위원장은 즉각 제지하며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주시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가장 먼저 이 대표 피습을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힘 당원과 저는 이재명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당국은 총력을 다해 엄정하게 수사해서 사안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여기 모인 대전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도 제 생각과 같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이 이 대표 피습 관련 발언을 이어가던 중 청중 사이에서 “쇼입니다”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한 위원장은 곧바로 한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는 “우리는 이상한 사람 몇몇이 이런 이상한 짓을 한다고 해서 흔들릴 정도의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헌법을 가진 국가이고, 우리 국민의힘이야말로 그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둥이다. 지금은 진영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엄정한 사실 확인과 처벌을 요구하는 것,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마치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국민의힘이라는 수준 높은 정당, 수준 높은 시민들이 동료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이재명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우리 사회는 이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회”라고 덧붙였다.
당 행사에서 음모론을 연상시키는 청중의 발언이 나온 데 대해 국민의힘은 다소 난처한 분위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은 오늘 상황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며 “그럼에도 일부 참석자들의 과격한 발언을 당 및 한 위원장과 연관시켜 왜곡되게 해석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고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부산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괴한에게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당했다. 급히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헬기로 서울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돼 2시간가량 혈관 재건술 등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60대 남성 김모(67)씨로부터 “살인 고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흉기 공격 당시 김씨는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지지자인 척 접근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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